이번 해에도 비가 많이 올 것이라고 예상되었었는데, 지금까지는 매우 마른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꽤 추워서 그럭저럭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기는 한다.  보통사람들은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어디서 그리 돈이 도는건지 쇼핑몰은 사람들로 꽉 차서 들락날락하는데 30-40분이 넘기 일쑤.  세계에서 모인 눈먼 돈은 다 중국으로 갔는지, 공산당 돈이 다 실리콘밸리로 몰려든 느낌이다.  최저점의 집값이 경기 회복하면 통상 2배 정도까지 올라가는 식으로 가격이 회복했던 것이 이전까지의 싸이클이었다면 이번에는 저점에서 4배 정도까지 올라간 것 같은데, 유일하게 다른 점은 결국 실리콘밸리에 모여든 본토의 중국인들, 그리고 그들이 가져온 돈인 것 같다.  뭔가 나쁜 생각과 나쁜 말이 마구마구 솟아오르는 대목이다.  


이 정도면 중독이다. 대부분 읽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포장해서 다른 출판사와 역자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을 사들여 또 읽고 또 꽂아둔다. 이미 읽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괴함과 몽환적인 모티브는 계속 나를 사로잡는다.  란포의 작품은 가능하다면 모두 읽고, 갖고 싶다. 더 번역되어 나와야 하는데, 문제는 같은 이야기들을 자꾸 포장만 바꿔서 나오는 건데, 이제까지 들여오지 않은 작품들이나 예전에 절판된 것들을 출간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팬으로서 나의 바램이다.  그림속의 여인을 동경해서 망원경을 거꾸로 보는 방법으로 그림속으로 들어간 사람의 이야기, 닮은 망자와 바꿔치기 해서 막대한 재물을 손에 넣은 후 자신만의 아방궁 호러버전을 만든 아마추어 소설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이렇게 란포의 책이 나오는데, 아직까지 새로운 건 없다.  이 점이 아쉽다.


예전에 즐겁게 읽은 '남벌'이란 만화책이 생각난다.  그때 일본본토를 침공하던 작전이 '열도침몰'이라고 명명되었는데, 스토리를 만든 야설록의 국뽕이야 지금은 조금 시진하지만, IMF전 한국의 자신감은 정말 대단했었는데, 그 중심에 소설 '단'에서 다뤄진 국운상승에 대한 예언까지 해서 많은 이들이 국뽕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쓰고 보니 이 책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


엄청난 지각변동으로 일본열도전역이 지진과 화산폭발에 시달리다가 가라앉는 이야기.  책이 처음에 번역되어 나온 것이 70년대였다고 하니까 당시엔 꽤나 솔깃(?)하고 즐겁게(?) 음미되었을 것이 분명히다.  디테일은 큰게 없고 SF적인 재미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현대의 고전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사실 이 책은 책이 나오던 시절 일본의 사회상과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사료적인 가치가 더 돋보인다.  작중인물들의 입을 빌려서 나오는 일본사람들의 민족적 우월의식, 아시아를 바라보는 자세, 그리고 언뜻 보면 미화된 것 같은 흑막의 인물까지 언젠가 책이 나온 시대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SF라고 제껴두지 않고 제대로 파보면 꽤 쏠쏠한 정보를 얻을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 1'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막스 갈로의 작품이다.  그런데 번역의 문제인지 원본이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문장이 토막토막 끊어져서 아주 거북하다.  혁명이라는 한 단어로 이름이 붙어있지만, 엄청난 혼란의 연속이었던 거대한 사건의 첫 번째 파트.  이건 사실 2권을 읽고 함께 정리하는 것이 맞다.  '카운트 제로'는 3부작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인데, 앞뒤없이 그냥 읽는 바람에 세계관도 무엇도 하나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매트릭스와 공각기동대의 모티브를 본 듯한 생각만 남았다.  '뉴로맨서'도 어디엔가 묻혀 있는데, 이걸 먼저 봤어야...


이런 저런 일신상의 이유로, 그리고 힘겨웠던 2017년 한 해 탓에 이번 크리스마스는 도통 흥겨운 기분이 나지 않는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크리스마스의 설레임 같은 건 사라진지 오래라서 더욱 그런 것 같은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의 크리스마스를 찾을 것이다.  2018년은 이제 통계적으로 볼 때 반생을 살아버린 나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주고, 일은 더욱 발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정된 정국을 기다리는 맘이 더욱 간절하다.  비트코인도 그렇고 끝 모르고 올라가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을 볼 때, 뭔가 큰 것이 올 것만 같다.  혼란기로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경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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