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꼬박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작한 일이 오후 2시가 되기도 전에 다 끝났다.  여기에 곁가지로 내일로 미루려던 몇 가지 소소한 것들을 처리하니, 오늘은 오후 3시가 되니 일정이 빈다. 언제나 일은 넘치고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에 물론 지금도 내 손길을 기다리는 것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커다란 새 일을 시작하기엔 하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그리고 나는 지쳤다는 두 가지 핑계로 오늘은 여기서 그만 하려고 한다.  4시에는 사무실을 나와서 gym에 갈 생각이다.  비록 러닝머신이지만 이젠 한번에 3마일 이상을 시간당 6.6마일의 속도로 뛸 수 있고, 65분간 뛰다 걷기를 반복하면 대략 5.5마일 이상의 거리가 나온다.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기록인데, 확실히 여름에 바깥에서 꾸준히 뛰기를 반복해준 결과 근육과 심폐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  끝나면 대충 5시가 조금 넘을 것인데 체력이 허락한다면 마무리운동으로 스피닝을 슬슬 하면서 조금 더 칼로리를 짜내고 책을 보다가 집에 가서 씻고 저녁을 먹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기분에 따라 집에서 늘어져 책을 보거나 평일에 서점에 나가는 엄청난 호사를 누릴 수도 있겠다.  복잡한 2017년의 일거리는 모두 12월 중에 손을 보고 아주 신선하고 활력적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어려운 일도, 속상하고 신경을 많이 쓰게 만든 2017년을 그렇게 기꺼이 떠나보낸 후 맞는 2018년에는 금년의 어려움이 모두 해소되고 계획한 일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여건과 힘을 갖추길 바란다.  


주문하고 한참 지나서 받은 잔홍즈의 '여행과 독서'라는 책을 꺼냈다.  받은 당일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던 내용이 책장을 넘기자마자 묵직하게 나를 울리는 걸 보면, 역시 지금의 난 어디론가 떠나 정처없이 돌아다니고 싶은 것이다.  달리 갈 수 있는 곳이 아직은 없고, 여유도 그렇기 때문에 결국 내 사유속으로, 비록 다른 이의 글을 빌려서이지만, 그 무한한 초월적 시공간으로 잠깐이나마 떠나야겠다.  뛰는 동안, 그리고 스피닝을 하는 동안엔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읽거나 아주 생뚱맞게도 미루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읽을지도 모르겠다.  


내일의 일은 내일로 미루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자.  이것이 내가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큼직한 일거리 2-3가지만 이번 해에 끝낼 수 있다면, 그리고 물론 새로운 일이 꾸준히 들어와준다면 가뿐한 맘으로 2018년을 시작할 수 있겠다.  그렇게 믿고 나아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