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와중에, 만화책도 실컷 읽어가고 있다.  그간 모아놓고 못 본 녀석들을 이번 여름에 모두 읽어줄 생각이다.  


당최 나같은 게으른 인간은 깊게 빠져들 수 없는 세계가 두 개 있으니 커피와 오디오가 아닌가 싶다.  맛에 민감하지도 않거니와 형편껏 필요에 따라 마시는 커피를 이런 저런 기기를 사들이면서 깊이 들어갈 마음의 여유가 없다.  삶이 팍팍한 한국이라지만, 어떤 점에서 보면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지출이 개인의 취미에 소비되는 것 같다.  패션도 피부관리도 미용도, 무엇도 여기서 사는 사람들, 보통의 사람들이 볼 때 한국이라는 나라는 분명히 요지경이다.  


하지만, 관심은 늘 갖고 있는데, 커피와 오디오에 대한 동경은 순전히 김갑수씨 때문이다.  원래 덕후기질이 있어서 책, 영화, 게임, 음반을 사들여온지도 어언 20년.  시스템에 대한 욕심은 다행히 적은 편이라서 그나마 감당할 수 있었는데, 이게 수입이 늘면서 함께 욕망이 커지는지, 요즘은 적당한 가격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구비하고 싶고, 드립커피로 시작해서 프렌치로스팅과 이탈리안 추출기를 갖고 있는 정도까지는 왔다.  넓은 공간, 넉넉한 재정이 마련된다면 에스프레소 기계를 들여놓게 될까봐 두렵다. 혼자서는 다 마시지도 못할만큼 많은 하와이안 커피도 어떻게든 다 먹어야하는데, 집에서 해먹기엔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으니 좋은 걸 모아놓고도 늘 마시는 건 스벅.  


허영만작가의 만화의 그림체는 늘 정답다.  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무난하게 조금씩 자신을 담가볼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다.  심야식당의 팬이라고 해서 특급셰프가 될 수 없듯이 물론 이 만화를 봤다고 갑자기 고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주변지식을 얻고 이런 세계로 있구나 하는 정도의 얻음이 있다.  학원이나 강의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한국에서는 여기서부터 한 걸음씩 나갈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으니까 일단 보면서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는 재미는 약간의 발품만 있으면 얼마든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소재의 참신함, 훌륭한 작화실력, 흥미로운 전개까지 무엇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드라마는 좀 말아먹었지만, 작화가 어느 정도로 좋냐면, 보통 영화나 드라마로 풀린 이야기를 먼저 보고 원작을 보면 극화된 장면이 책에 오버랩되는 경우가 흔한데 - 그 정도로 비주얼이미지의 힘은 강하다 - 이 만화를 보면서 이준기나 상대역이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뱀파이어를 배치한 절묘함이라니.  이런 있었음직한 이야기가 좋다.  그저 뒤로 갈수록 산으로 가지 않기를.


'심야식당'이나 '바람의 검심 완전판' 그리고 'GTO완전판'이 아직 남아있으니 어느 주말의 밤이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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