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하면 돈 주고 산 책은 모두 읽자는 것이 나의 정책인데, 다음의 세 권은 모두 중간에 읽다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으로는 흥미가 떨어져서인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강의를 듣는 편이 더 나을 듯.  논문을 책으로 펴내면서 좀 길게 늘어진 부분이 없지 않고, 데이터를 비교하는 등 연구목적에 따른 구성 때문인지 반 정도 읽다가 던져 두게 되었다.  이번 대선후보 '안철수'를 보면서, 더더욱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실망이 커진 터라, 딱히 그를 어떤 테제로 연구한 것을 더 읽어볼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조기숙교수가 계속 좋은 책을 내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은 선거철을 탄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읽을지는 의문이다.


처음 반 정도는 그럭저럭 흥미를 갖고 읽었고, 어쩌면 읽기 위해 노력한 것인지도 모른다.  1947년에 태어난 저자는 어쩌면 그렇게 그 시대의 말투를 그대로 갖고 있는지, 흡사 내 아버지의 글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딱 그 60년대 후반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사를 넘어 한국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조금씩 지겨워졌는데, 책의 탓 보다는 내가 너무 한국의 근대문학에 무지한 탓이다.  여기서 거론된 염상섭, 이광수 정도는 읽어야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볼 맘이 날 것 같다.  어떤 작가나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제대로 읽으려면 그 주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이 책의 어투나 단어도 꽤 옛스러워서 읽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역시 배경지식의 부재가 이 책을 중간에 놓게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되겠다.


아주 잠깐 가르침을 받았지만, 평생 갈만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신 안경환 선생님의 책이라서 얼른 구했는데, 생각보다 흥미가 가지 않는다.  선생님의 다른 책은 예전의 기억으로는 굉장히 잘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 같은데.  이것이 다작의 한계인지, 에세이의 한계인지, 아니면 이젠 연세가 있어 상대적으로 어린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는 것인지 내가 감히 판단할 수가 없지만, 어쨌든 큰 기대를 갖고 펼친 책은 못내 그 내용이 그저 그렇게 느껴진다.  슬슬 중년의 위기속으로 들어가는 듯, 금년에는 벌써 이렇게 '남자' 운운하는 책을 몇 권 사들인 것 같고, 여기에 '기억력'운운 하는 책도 몇 권 구했는데,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읽을 책도 많고, 사고 싶은 책도 많은 가련한 중독자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가는 정말 흥미가 가는 책만 읽는 등, 사유가 좁아져 어느새 나도 모르게 노땅으로 머리가 굳어져 버릴 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굳어지고 있는걸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2017년 하고도 5월, 엘러지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어, 아예 당분간은 잠이 오면 자고, 어려우면 딴 짓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작정했다.  책을 보거나 TV 혹은 게임은 할 수 있어도 그 정신에 일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만, 사실 생활패턴이 그렇게 낮과 밤을 바꿔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면 시간의 경계에서는 달리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해롱거리면서도 아침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오후까지도 열심히 필요한 걸 처리했다.  물론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creative한 업무는 내일과 모레로 다 미뤘지만, 어쩌랴.  사실 신명나가 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매일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나라도 미뤄내는 것도 이제 자영업 6년차에 들어선 지금, 터득한 하나의 노하우라고 하겠다.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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