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몰랐던 사실이다.  한국전쟁 3년간 엄청난 숫자의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됐던 것은 알고 있었다. 간혹 소설의 형식으로 일부 정신나간 장교들이 여자들을 납치해서 성노예로 삼았던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한국군대의 성착취, 그 조직적이고 너무도 당연하게 자행된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처음 들었다.  궁금한 분들은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싫다'의 이번 주 방송을 들어보시라.  듣는 내내 부끄럽고, 참담했고, 욕이 나왔다.  나아가 이 연구가 심지어는 진보를 자처하는 학자들에게서까지 외면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불편한 것일수록 더 파고들어보자는...맘이 아파서 외면하든, 끔찍해서 그렇든, 나와 다른 의견이라서, 등등의 이유로 외면하든, 외면은 외면인 것이다.  그러니까 난 앞으로 (1) '제국의 위안부'를 읽고 박유하의 논리와 그 허구에 대한 실체를 파악해야 하고, (2) 세월호에 관한 책, 그 생생한 기억을 그린 책을 읽으면서 박근혜의 무능과 한국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를 뼈에 새겨야할 것이며, (3) 식민사관으로 점철된 불편한 한국고대사에 대한 주류학자들의 책을 읽어야만 할 것이다.  


1. 일제에 복무한 친일파가 장악한 한국군대의 이런 조직적인 성착취가 군대에서 설치하고 관리되었다는 점에서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은 역시 비극이다.  일제군대에서 배운 것을 나름대로 더 발전시켜 동족을 '빨갱이'라는 label 또는 '부역자'라는 label로 타자화하여 - 마치 조센징으로 타자화된 것처럼 - 그 대다수가 14-5세에 불과했던 그야말로 동네 여자들을 성노예화했다는 점에서 이 부끄러운 역사의 철저한 규명은 결국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일간의 '위안부'이슈의 규명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 동족에게도 그랬으니 베트남에 참전했던 한국군의 살인-강간을 비롯한 매춘은 어쩌면 너무도 쉽고 당연하게 자행됐을지 모르겠다.  역시 1의 맥락에서 한-일간의 역사규명을 위해 한국군이 자행한 당시의 성폭력을 비롯한 부끄러운 역사의 철저한 규명과 함께 책임있는 행동과 베트남에 대한 사과 또한 필요하다.  아니 설사 한일문제나 우리 역사의 문제와 상관없이 별도로 이는 필요한 일이다.  


아 18!  남자라는 것이 이렇게 부끄럽고 쪽팔리는 날도 드물 것이다.  한국군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끊어내는 시작은 어쩌면 이런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반성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할지 모르겠다.  다 잘했고, 잘못한 것이 없다는 식의 자위는 군의 활동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덮고, 덮고 또 덮는 군부는 "술을 마시니 술지게미요, 밥을 먹으니 밥주머니고, 돈을 밝히니 요전태수요, 제복을 입고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으스대는 완체장군"으로 꽉 차있다.  언젠가 사회에 Windows 98이 나올때 군대에 신규 프로그램이라고 작전용으로 Windows 3.1이 도입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97-8년 당시 서울 어디에선가 작전참모로 근무했던 분의 이야기다.  그 폐단을 끊어내는 건 어쩌면 목숨을 건 암덩어리의 적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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