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는, 그렇게 마구잡이식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읽은 권수만 늘어가지만, 그래도 내내 재미있고, 운동을 하면서 보기에 딱 맞는 수준이라서 아예 운동할 때에 읽을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올 생각도 하고 있다.  


언제나 그런대로 읽을 만한 재미를 주는 quick-fix같은 김진명의 책이다.  우파를 넘어 조금은 '빠'수준의 음모론적 소재를 바탕으로 큰 활자에 힘입어 예전 같으면 책 1/3권이 나올 분량으로 한 권을 만든 것 같다.  앞서 다른 책들도 그랬지만, 특히 그가 다루는 현대물의 경우 떡밥을 여러 곳으로 분산시킨 후 수거하여 정리하는 부분이 아쉬웠다.  천재급 물리학자에서 정치학으로 진로를 변경하여 날카로운 정세분석을 바탕으로 큰 성공을 거둔 무기중개상이 갑작스런 한국의 정치상황 때문에 잠시 위기에 몰려 중국으로 도피한다.  권토중래를 노리면서 정보획득과 networking을 위해 북한식당에 드나들다가 역시 갑자기, 우연한 기회에 그가 북한정보원일 것으로 추정하던 인물로부터 USB를 받았는데, 그날 밤, 무려 '뿌리깊은 나무'의 작가로 밝혀진 그 '정보원'추정인물은 배후를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살해된다.  무기중개상 노릇도 하고, 우파장사도 하다가, USB에 들어있는 "faction"으로 주장되는 소설을 읽으면 갑자기 애국지사의 맘을 갖게 되는 주인공.  그리고 결과적으로 밝혀진 건 없는 미스테리와 해피엔딩.  한국의 톰 클랜시라는 말은 절대로 쓰지 말아야 한다.  톰 클랜시의 사상은 별로지만, 이야기를 짓고 풀어내는 수준은 김진명이 평생 글을 써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으니까.


County도서관의 한국책 코너엔 의외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 4-5권 정도가 있어서 모두 가져다 읽고 있다.  맘잡고 읽으면 1-2시간이면 충분히 활극 하나를 즐길 수 있는데, 깊이 얻어갈 내용도 없고, 곰씹을 것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서 그럭저럭 괜찮은 독법이 아닌가 한다.  

무명희곡작가로 서점에서 일하면서 부인과 함께 근근히 살아가던 한 극작가가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잡고 큰 성공을 거둔다.  그와 함께 매우 typical한 헐리우드의 삶이 시작되어, 젊고 똑똑한 업계여자와 바람이 나고, wife와 이혼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정점을 달리고.  그러다가 갑자기 그의 작품이 표절작으로 기획보도가 되면서 주인공을 삶은 급전직하로 추락하고, 다시 서점에서 일하고, 작가생활을 정리하려고 notebook을 팔아버린다.  모두 그를 떠나고, 옆에 남은 건 agent뿐이다.  케네디가 주인공을 일으켜 세우는 방식의 단순명료함이 조금 놀랍지만, 어쩄든 다른 작품들처럼 거의 해피엔딩.  내가 말한 그대로 딱 '활극'.


책의 반 정도는 프로젝트로 진행된 사회명사의 인터뷰를 모음인데, 내 나이도 있고, 또 책이 쓰여진 시기만 해도 이미 거의 7-8년 전이라서 그랬는지 그다지 와닿는 이야기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유명인사를 짦게 인터뷰해서 건질 수 있는 양질의 메시지는 대략 50%정도로 보는데,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개개인의 사례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춘 조언이 아니라면 중언부언으로 끝날 소지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나머지 반에 할애된 다치바나 다카시의 메시지를 보기 위함이다.  자신의 나이가 70대에 이르렀음을, 죽음을 향해 담담하게 나아가는 모습에서 역시 일가를 이룬 깊음을 본다.  젊은 사람들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보다는 이렇게 해주면 더 좋겠다는 말도 더 가까이 다가오며, 내 나이는 나를 내 인생의 어디까지로 규정해야 하는가, 나도 생에 있어 그처럼 담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이 많이 팔리는 시절이라면 다른 책도 많이 번역이 될 텐데, 많이 아쉽다.


하와이를 다녀오길 잘했다.  그 전에는 하와이에 대한 책을 보면 늘 막연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호놀루루 일대의 오하우나 빅아일랜드의 얘기를 하면 어느 정도 떠오르는 광경이 있어 아주 친숙하다.  처음가도, 자주가도 늘 그렇게 따뜻한 모습으로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하와이는 정말 천국 같다.  먹고 사는 문제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욕심을 많이 버리면 지금부터도 하와이에서 살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만, 어느 곳에 묻혀 살기에는 내가 아직 젊고, 이루지 못한 것이 많다.  내용은 그닥 남은 것은 없고, 하와이가 반가워 빌린 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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