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갑자기 지난 주말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특정한 시점마다 조금씩 안주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로스쿨에 입학하고 난 - 지옥을 경험하기 전 - 직후의 몇 달, 시험에 합격하고 몇 달, 첫 직장에서 안정적인 자신의 자리를 확보했다고 생각하던 한 해, 그리고 회사가 안정권으로 접어들고도 한 해가 더 지난 작년 어느 시점까지.  솔직히, 그냥 딱 이 정도에서 나 자신이 필요한 충분한 벌이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모를 유지하고, 더 키우지는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느 적정수준을 넘어서면, 또다시 어느 정도 사이즈가 나올 때까지는 채용한 직원의 일거리와 월급을 만드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라서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일정한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문득 생각하기 시작했다.  계속 변하는 시장상황과 정치역학, 경제,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늘어나는 변호사 숫자, 거기에 내 분야에 뛰어드는 새로운 사람들까지 끊임없이 변화할 앞으로의 판도를 생각하면, 그냥 앉아있으면 현상유지도 점차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작년 말, 출신학교에서 있었던 개인사무실 세미나에 참석한 것도 내 생각을 바뀌는 계기가 되었는데, 일단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도 좋았고, 계속 도전해나가는 모습에서 나에게 필요한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단 사람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검증된, 그리고 마침 내가 손을 내밀면 도움이 될 사람을 한국에서 데려오는 작업을 시작했다.  잘만 되면 내년 초에는 함께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내가 지금 할 일은, 그때까지 일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 그리고 계속 회사를 발전시키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거기에 필요한 것 하나 더.  좀더 공격적이고 야심찬 마음가짐이다.  이것이 없으면 사람은 갑자기 늙어버릴 수도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맘을 다잡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레 떠올린 것이 삼국지였다.  이 정도 나이에는 '정관정요'나 '도쿠카와 이에야쓰'를 읽는다고 하는데, 난 다시 삼국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이문열, 정비석, 박종화, 그 밖에도 다수의 작가들이 옮긴 삼국지를 읽었다.  정비석은 고려원에서 나온 판본이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박종화의 책도 헌책방에서 사들인 판본이라서, 요즘에 다시 나온 판본을 구할 생각이다.  아버지의 삼국지는 지금와서 보니 요시카와 에이지의 판본인데, 옛날의 책이라서 세로쓰기에 상태가 좋지 못해서 건드리기 겁날 정도이다.  일단 이번에 요시카와 에이지의 판본, 고우영 삼국지, 그리고 정비석 삼국지가 좋은 가격으로 나왔길래, 무리해서 주문을 했다.  김홍신, 장정일, 여기에 소위 말하는 본삼국지 계통까지 꾸준히 구해서 읽을 작정이다. 








가끔 술에 취하면 세상을 움켜쥘 것인양 떠들어 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리 좋은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매우 보통의 인간이라고 자신을 평가하지만, 그렇게 미친 듯이 꿈에 취해 달려온 덕분에, 가진 재주에 비해서는 꽤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렇게 꿈을 꾸는 것이 중요한 젊은 시절을 취학과 취업으로, 먹고 살 걱정으로, 연예인처럼 생기고 살고 싶은 생각으로, 꿈을 꾸기는 커녕 삶을 온전히 누리는 것도 사치가 되어버린 지금의 젊은 친구들이 안쓰럽다.  책을 읽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가질 것 같던 그 젊은 시절이 이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정말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이런 친구들을 어떻게든 헬조선에서 탈출시키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가정을 하고 이상한(?) 구상을 하게 된다.  아직은 너무 부족하지만...


삼국지를 읽으면서 다시 마음을 크게 키워볼 생각이다.  마음이 죽으면 몸도 죽는다고 한다.  마음이 살아있음 그 자체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큰 마음을 품고, 멀리 바라보면서 사는게, 아니 그저 꿈만 꾸더라도, 그런 마음이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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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1-30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t게스트님 포스팅 읽을 때마다 아. 자기한테 주어진 일에 전념하면서도 이렇게 짬을 내서 다양한 책을 읽고 보기에도 즐거운 리뷰를 남기는 것이 가능하구나 나는 왜 책 읽을 시간 없고 드라마는 다 보고 앉아 있나 (치인트 시그널 다 봅니다 ㅠㅠ ) 요런 생각들을 하곤 한답니다.

transient-guest 2016-01-31 02:15   좋아요 0 | URL
일하고, 운동하고, 책 보는 것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구요, TV도 많이 보는데,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짧은 노동시간과 요즘 집과-직장-gym-서점이 모두 1-2km반경에 들어있는 덕분에 누리는 호사 같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