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작품을 쓰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양한 에피소드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작중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공장무협만화를 보면 그래서인지, 모티브도 늘 같고, 마치 배우에게 작품에 따라 다른 역할을 맡기는 것처럼 똑같이 생긴, 똑같은 이름의 캐릭터가 다른 배역으로 등장하는 것을 본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다작을 하는 작가는 - 이동진 평론가/기자가 월간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농담할 정도로 꾸준히 자주 신작이 나온다 - 여러 주인공을 만들어 놓은게 아닌가 싶다. 애거서 크리스티도 보면, 에르큘 포와로라는 탐정이 가장 유명하기는 하지만, 미스 마플이나 할리 퀸을 비롯한 여러 주인공들을 갖고 있으니, 히가시노 게이고에게만 국한되는 사례는 아니겠다. 그의 추리소설을 몇 권 읽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린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비록 살인사건을 주재료로 꾸려진 에피소드의 모음이지만, 초등학생들과 선생님이 등장하는 모험담에 가깝다. 기괴하고 어두운 란포의 작품도 어린이들을 위한 버전으로 나온 것처럼 접근하면 괜찮을 것 같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비록 스마트폰과 전자기기가 책과 바깥에서의 놀이를 대체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집안에서는 책읽기가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니까.
단막극을 모아 놓은 책이다. 특별한 주인공이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야기들은 모두 꽤 재미있다. 짝사랑하게 된 소녀의 자살원인이 된 소년의 이야기는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는데, 이런 식으로 뜻하지 아니한 행동이 이상한 결과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로 꾸려진 단편집이다. 추리소설 하고도, 이런 짧은 이야기로 모인 책은 가벼운 reading에 특히 매우 good!
이로써 다이 시지에의 책 세 권을 읽었다. 아직 식상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가 다루는 중국의 면면들이 위화나 모옌, 또는 그간 읽어본 중국고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줄거리를 요약하기에도 좀 그렇고, 모티브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몰입할 수 있었을 만큼 재미있었다. 단 정사장면은 아름답기 보다는 원초적이고 아주 리얼하게 더러운 느낌도 주었는데, 이들의 사랑이 그랬다기 보다는 더러운 중국의 사장통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 냄새, 시장통의 쓰레기 같은 것들이 모두 버무려진 듯한 광경이었다.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데, 왜 이것만 떠오르는건지.
오늘 또다시 수많은 책을 받았다. 집에 있는 책을 제외하면 꾸준히 목록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현재까지 2450권 정도를 끝냈다. 부모님 댁에 있는 책과 지금 아파트에 있는 것을 마저 업데이트 하여도 5000권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대충 4000권이나 그 이하일 것이다.
은퇴하여 시간이 많아지면 연 평균 300권 정도를 읽을 수 있다고 할 때, 그리고 은퇴 후 약 20년 정도의 건강한 삶을 기준으로 보면 6000권 정도의 책이면 20년을 꼬박 읽어도 한번만 볼 수 있다는 답이 나온다. 그러니까 어쩌면 내가 보관할 장서의 양은 6000권 정도를 기준으로 하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욕심을 다스리는 것이 key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