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수만가지의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구한말의 혼란과 일제의 강점으로 인해 아예 오지도 못했던 우리 민족만의 근대화에 대한 그리움을 당시 우리 땅을 강점했었던 일제의 당시 모습에서 그려보는 것이다.  일제의 근대화를 동경하거나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에게 없었던 모습, 다원우주가 아닌 다음에야 구현되지 못했고, 구현될 수도 없었던 우리의 1900-1950년의 모습, 그 부재를 일제의 역사를 보면서 달래보는 것이다.  내 심정이 이런데, 당시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의 울분, 여기서 야기된 저항 혹은 친일의 모습은 겉보기와는 달리 꽤 복잡하게 꼬여있었을 것 같다.









모르는 사람 투성이의 이야기였지만, 읽는 내내, 근대화로 나아가는 일본인의 다양한 모습과 내가 좋아하는 나쓰메 소세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당시 문사들의 세계와 사회상을 재미있게 읽었다.  시간과 공간을 오가면서 전개된 이야기 덕분에 조금 헷깔리기도 했지만.  얼마나 사실인지는 몰라도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가 일본에서도, 비록 일부였지만, 지사나 의사로 통했음을 보여주는 scene, 그리고 나쓰메 소세키와 부딧친 안중근 의사,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함께 떨어뜨린 책을 주워주던 도조 히데키를 배치한 역사의 아이러니 같은 구성이 좋았다.


막부말기와 유신의 혼란을 전후로 하여 참으로 많은 인물들이 뜻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이후 권력을 잡고 일본을 군국으로 몰아간 이들은 선배들에 미치지 못하는 찌끄러기들이었다고 역시 같은 작가는 표현했다.  한 마디로 못난 이들이 유신의 과실을 누리고 나라를 이끌어갔던 것이다.  이런 점까지도 우리는 일본을 닮았다.  일제의 하수인을 하던 마름들이 죄다 반공과 친미의 탈을 쓰고서 정부와 군계, 학계, 언로계, 재계 등 사회 각층의 상류로 자리잡은 우리 또한 못난 인간들이 사회를 이끌어 온 것이 현재 그 결과라고 본다. 일본군의 따까리로 급조된 만주군 소위출신이나 그 비슷한 말종들이 3-40대에 벌써 별을 달고 쿠데타를 일으키고, 돈을 벌어 회사를 세우고, 학교를 점령한 우리의 역사는 언제가 되면 바로잡을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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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8-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의 도련님들 (?)이 짤막하니 귀엽네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8-29 01:24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당시 일본인들이 워낙 앙증맞게 작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