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에 함께 딸려온 부록(?)인데, 창해 ABC나 시공디스커버리총서 같은 '총서'시리즈의 한 권으로 2011년에 나온 영화글모음인 듯 싶다. 공포영화, 그것이 고어장르든 귀신물이든 안보는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흥미분야가 바로 이것저것을 뭉뚱그려 칭하는 공포영화라는 장르이다. 고어장르는 무섭다기 보다는 더럽다고 생각되는데, 간혹 내재되어 있다는 시대나 세태풍자와는 무관하게 계속에서 나오는 빨간색, 그리고 그저 엽기적이고 잔인한 '썰기, 찌르기, 베기'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귀신물은 실재하는 공포의 존재로써 그것이 귀신이든, 악령이든, 마귀든 무엇인가 작용하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무서워서 이런 계통의 영화는 the Others를 끝으로 완전히 보이콧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다룬 작품들은 한국의 공포물들인데, 이들에게는 각별한 추억이 있기에 관심분야가 아니었음에도 흥미있게 보았다. 예전에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방화'라는 이름으로 금요일 저녁마다 한 편의 한국영화를 TV에서 보여주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여름이면 가끔씩 한국형 공포영화를 보여줄 때가 있었다. 그때 본 기억으로는 이 책에서 다룬 '여곡성', '깊은 밤 갑자기'외 몇 작품이 생각난다.
컬러판 영화보다는 흑백영화가, CG가 등장하기 전의 일반영화작법이 기술적인 부족함을 상상력과 카메라기법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을 종종 보는데, 이는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에도 적용되는 것이 사실 지금의 리얼한 게임보다 고전게임들이 더 간단하고도 심오한 전개를 보이는 것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예전의 영화들은 유치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작품'의 느낌, 그러니까 'product'이 아닌, 한 개의 piece의 느낌을 많이 준다. 간만에 어릴 때 기억을 할 수 있게 해준, 별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재미있는 책이다.
두 권 모두 특정지역에서 머물며 돌아다닌 흔적을 남긴 듯한 글이다. 간혹 등장하는 고찰이나 명언(?)도 '파리의 장소들'에서는 별로 등장하지 않고, 곳곳의 포인트를 매일 돌아다니면서 본 것을 남기고 있다. 그나마 '프로방스...'는 좀더 사적인 이야기와 느낌을 남기고 있지만, '파리...'는 조금 심하게 말하면 장소의 나열같은 인상을 받기도 했는데, 문제는 내가 파리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어 어떤 공감대도 형성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앞서의 '파리를 생각한다'에서처럼 어떤 철학이나 사유를 보여주는 것도 없어 이번 '파리...'는 기실 진도가 매우 더디게 나간면이 없지 않은데, 정수복님의 글은 '책인시공'으로 처음 접했기 때문에 이렇게 fact랄까, 무엇인가를 있는 그대로 쓰는 글에서는 이전의 책에서와 같은 '맛'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언젠가 파리를, 그리고 프로방스를 여행하게 된다면, 여행중에,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조금은 더 몰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 된 후라도 나는 내 여행을 떠올리고 싶지, 정수복님의 파리를 떠올리게 될지는 의문이다. 섣불리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는 writing이기에 조금 한가할 때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란 생각도 하고 있다.
기발한 착상으로 사기를 치듯 독자를 다른 곳으로 보내면서 실상은 전혀 그 방향이 아닌 곳에 묻어두고서는 독자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작가의 발칙함이란...여기서 사용된 트릭은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사건사실과 단서를 추적할 것으로 요구하는데, 추리소설을 대체 얼마나 많이 읽어야 그런 out of box적인 발상이 가능할까?
일본의 소위 '신본격파'라는 추리소설장르의 개조 비슷하게 여겨지는 작가라는데, 이래저래 title을 붙이거나 의미를 부여하는데에는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일본인들의 습관외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코미조 세이시을 잇는 작가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할 뿐. 기본적인 인물의 셋팅이나 구도는 홈즈와 왓슨의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나름 신선하기는 하다. 어릴 때에는 아예 모르고 지나갔고, 유행이 되고서도 한참 후에 조금씩 읽고 있는 일본작품들은 비단 추리소설 뿐이 아니라 다른 장르도 꽤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번 주는 Thanksgiving연휴주간인데, 진행하고 있는 일 때문에 바로 놀지는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족구성이 복잡해진 후 처음의 Thanksgiving인데 전~혀 smooth하지 않은 전초양상을 미리 경험했기에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기만 할 뿐이다.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는 것이 많지는 않겠으나 참으로 이래저래 힘이 든다. 정말이지 조금 더 조용한 곳에서 조용하게 살면서 한 세상 지내다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