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친일파들의 자손의 후례자식까지도 나대는 세상이다.  다카기 마사오의 행각으로 상징되는 시대의 배반은 그의 딸이 한국 땅의 모든 협잡을 한몸에 싸안고 대통령직을 강탈하는 것으로 절정을 찍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역사교육은 대입에서 한참 멀어진 후에도 끝없이 몰락하고 있는데, 문성근씨의 말마따나 여기에는 어쩌면 깊고도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내에도 무수히 많은 항일전적지와 유적이 존재하지만, 만주는 특히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한일강제병합 후 일제의 잔인한 탄압으로 설 자리가 없어진 우리 교민들, 그들의 도움을 받아 독립운동을 하던 지사들의 피와 땀이 어린 이곳은 그러나 중국의 외교정책에 따라, 그보다 더우기는 한국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돌봄을 받지 못하고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듯 하다.  


글쓴이는 박도라는 작가인데, 그의 책을 읽어본 바는 없으나 이런 취지의 책을 기획하고 쓴 것, 아니 그보다도 전에 만주와 중국 지역에 흩어져 있는 해방전쟁 유적지들을 살피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보고 한번 정도는 생각해보는 의미가 있겠다. 


한국 근현대사의 왜곡은 심각함을 훨씬 넘어선 수준이다.  고대사에 대한 부분은 좀 제껴두고라도 현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는 항일전사만큼은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을 기리자고들 하는데, 광복절 외에 건국절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나쁘지 않은 듯 하다만, '건국절'이 될 수 있는 날짜는 딱 한개인데, 4월 13일 (4월 11일이라는 설도 있다),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이 유일한 '건국절' 후보라고 하겠다.


같은 순간의 같은 이야기를 4인칭으로 각각 서술해가는 구성이 특이한 무라카미 류의 작품.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 딸, 전형적인 일본의 셀러리맨 아버지, 그리고 권태로운 어머니, 끝으로 히키코모리 아들.  


1970년대에도 간혹 발견된 현상이라고 하는데, 히키코모리는 일본의 장기불황시대 시절에 특히 대량으로 발생했다고도 한다.  사회전반에 걸친 피로감과 의욕상실이 개인의 대인기피로까지 발전한 현상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예전에 90년대 말 미국 신문에서 Parasite People이라는 term으로 이들을 다룬 기억이 있다.  


무라카미 류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지만, 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왜 이런 책을 썼는지 궁금하면서도 좀체로 알기 어려운 면이 있다.  내게는 읽어야 할 또 하나의 일본작가이지만, 한국에서도 꽤 많은 책이 번역되었고 일본에서도 유명한 작가로써 분명히 이런 저런 메시지를 던지는 해석을 본 기억이 있어 더더욱 궁금하다.  지금까지 3-4권 정도의 작품을 읽었는데, 딱히 무엇인가 깊은 감명을 받거나 격한 공감을 하지는 못했다.  일종의 project같은 독서.


도서정가제인지 뭔지를 시행한다는 난리통에 잔뜩 겁을 먹고서 세 번에 나누어서 필경 800불어치 정도의 책을 새로 주문해버렸다.  연말까지 열심히 일해야할 것이다.  이들 중에는 그간 벼르던 크리스티 전집의 나머지, 77권으로 끝나는 열 댓권도 들어있는데, 이제 35권을 읽고 있으니 그간 사들인 추리소설만해도 reserve가 필경 80권 정도는 될 것이다.  긴 겨울밤 문학도 좋지만, 인간본성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아니면 그저 단순한, 그것도 아니면 그냥 그로테스크한 추리소설을 한 권씩 읽어나가는 것도 좋다.


단순한 추리소설의 살인사건이라는 패턴을 벗어나 가끔은 이렇게 국제적인 음모가 얽힌 이야기도 흥미가 있다.  물론 그 중심은 추리와 추론이지만, 1차대전 중 미국참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루시테니아호의 침몰에서 시작되는, 또다른 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사라진 문서를 둘러싼 국제조직의 음모와 이를 저지하려는 '정의'의 편에 선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숨막히게 전개되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크리스티와의 두뇌게임에서 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진범을 일찍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50%나 되었는데도 말이다.


이 책에서는 범인이 '나는 범인이다'라고 처음부터 당당히 공표하고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트릭에 걸려 결국은 끝에서야 범인임을 알 수 있었다.  앞서처럼 운동을 하면서 틈틈히 읽은 것도 아니고 집에서 편하게 보았음에도 좀처럼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이것도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의 하나려나?


이런 간단한 것도 알아보지 못했으니 지금 읽고 있는 35권의 트릭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겠다. 


밀리니까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읽은 직후에 리뷰를 남기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도 약 3-4권 정도가 더 밀려있는데,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미 많이 잊어버렸기 때문에 또다시 졸렬한 글이 나올 것 같다.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만, 남기는 글이 그렇다고 뭐 대단한 것도 아닌 무엇인가 계속 시도만 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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