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페이퍼가 아닌 리뷰의 형식을 사용하여 읽은 책을 한 권씩, 읽은 후 바로 소화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리뷰의 경우 좀더 자세한 글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이와 함께 내가 느낀 점이나 배운 점을 비롯하여 저자의 이야기를 먹고 소화시켜 배설하는 등 보다 디테일한 구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역량도 부족하고, 읽은 직후 바로 무엇인가를 쓸 시간적인 여유도 없기 때문에 이보다는 좀더 편안한 형식으로 책 몇 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페이퍼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늘상 밀려가는 정리를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업무이상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비록 sole practitioner이지만 한 회사를 책임진다는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도 늘상 받고 있기 때문에 어떤 때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 또한 책을 읽은 후 정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하게되는 원인이 된다.


요즘은 '탁PD의 여행수다'로 더욱 유명한 탁재형 PD의 책이다.  예전부터 팟캐스트를 통해 조금씩 내용을 접해왔지만, 최근에 구입했다.  워낙 알려진 내용들이라서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고, 그저 저자를 위해 한 권 산 것이라고 보면 된다.  


세계여행전문 프로그램의 PD로 곳곳을 누빈 사람답게, 참으로 다양한 미주가효를 누린 호사가 부럽고, 그 이상 여러 나라들을 직업삼아 돌아다닌 그 여행편력이 부럽기 그지없으나, 아직도 내 세계는 책속에서만 존재하고만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멀리 돌아다닐 형편은 아니고, 그렇다고 가까운 곳이라도 돌아다니자니 이것도 여의치 않다.  술도 요즘은 마시는 것만 찾게 되고, 무엇인가 긍정적인 변화가 필요한 걸 보면 '중년의 위기'가 시작된다는 나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금의 내 위치가 불안하기만 하다.  독한 술보다는 가벼운 와인이나 맥주 수준의 발효주를 더 선호하는 내 취향상 이 책에서 다룬 것들을 즐기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맛난 중국음식을 앞에 두고서 친구들과 백주 한 잔 정도면 그 풍취를 즐길 수 는 있을 것이다.  


하인리히 슐리만, 번역에 따라서는 실리이만이나 쉴리만으로 표기되기도 하는 이 사람은 트로이의 유적발굴로 유명한 아마추어 고고학자이다.  어린 시절 책으로 접한 그리스 신화와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에 매료되어 가난한 시절에도 이를 찾을 꿈을 키워온 그는, 40대에 큰 부자가 되어 이를 실현하는 발판에 될 자금을 확보하였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지역의 언어를 익혀 늘 머물던 국가의 언어로 일기를 썼다고 하는데, 한 언어를 독학으로 배우는데 보통 4주면 충분했다고 하니, 한 사람의 집념과 집중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발굴활동 이전에 그가 청나라와 일본을 다녀간 기록을 남긴 것인데, 다른 책들은 모두 절판되고 지금 한국어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자서전이나 트로이 발굴에 대한 책도 구하고 싶지만, 현재로써는 어려울 것 같다.  동양을 바라보는 당시 서양인의 우월감 가득한 시각이나 묘사가 여기에서도 존재하고, 한국은 쏙 빠진 부분에서는 마음이 아프지만, 한 가지 놀라게 하는 것은 그의 정확한 fact파악이라고 하겠다.  즉 어떤 물건을 보면 이를 깊이 관찰하여 정확한 수치로 계산해서 기록하는 것인데, 사실관계야 내가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기록만 보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객석이 종횡으로 몇 줄이고, 이것이 어떤 규모인지, 이런 수치기록에 재능이 있음을 보게 된다는 것인데,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신화로만 알려져온 트로이 유적지를 엄청난 리서치와 이를 토대로 한 천재만의 직감으로 찾게한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어떤 흔적을 보는 것이다.  책 자체는 일차사료로써의 가치는 조금 있지만, 그리 재미있다고는 말할 수 는 없다.


치밀한 계획과 다년간의 노력으로 만든 일이 한 순간에 아주 작은 이유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 인간사 만사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츠바이크의 책이니까, 그리고 유명한 책이라서 예전에 보았을 것 같은데, 의외로 처음 구해서 읽은 책이 되었다.  지금도 사실 긴가민가 하지만, 일단 책장에서 이 책을 찾지 못했으니까, 이번에 사 읽은 것이 처음이 맞을게다.  그저 이 책은 워낙 자주 인용되어왔기 때문에 낯익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내용보다도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이길 수도 있었다는 내용이 꽤나 신선했다.  전초전을 계속 이긴 나폴레옹이 웰링턴의 군대와 대치하고 있었을때, 만약 전체 군사의 1/3에 해당하는, 앞서 프로이센 군대를 추격하기 위해 빼돌려보낸 부대와 제 시간에 합류할 수 있었더라면 유럽의 역사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 나폴레옹이 유럽을 다시 제패했더라면 미국의 역사도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인데, 그에게서 사들인 루이지에나에 대한 대금지불도 그렇지만, 나폴레옹이 이를 빌미로 미국을 침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요즘은 이렇게 한번 남기는 글도 쉽지가 않다.  무엇때문에 이리도 지쳐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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