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곳 기준으로 일요일.  마침 저녁 시간대에 지역 팀인 SF 49ers의 시즌 Home Opener가 잡혀 낮에 넉넉히 운동을 하고, 게임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다.  시즌 중 많은 게임을 하는 타 스포츠와는 달리 football은 16게임이 전부라서 매주 한번씩 하는 게임이 모두 playoff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 한 게임이라도 miss하기 싫어진다.  


엊그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끝낸 책 한 권, 그리고 운동을 하면서 마저 읽은 책 한 권으로, 흔적을 남겨야 하는 책은 두 권이다.  


전형적인 '의자에 앉은' 탐정물이다.  구석진 곳에 앉아있는 한 노인이 있고, 우연하게 듣게 된 그의 추리에 흥미를 갖게된 신문기자가 있다.  그게 전부다.  일종의 에피소드 모음집처럼 쓰여져 있는데, 특이하게도 노인은 사건해결이나 진범을 찾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경찰을 따돌린 범행을 추리하는데서 재미을 느끼며, 나아가서 이를 실행한 진범의 뛰어남을 좋게 보고 있다.  물론 그런 성향에 대한 설명이 될만한 이야기는 맨 마지막 에피소드에 들어있지만, 삽화와 함께 곁들여 생각하면 무엇인가 음침하고 기분 나쁜 인상의 구겨진 늙인이가 비틀어진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나직하게 사건의 추리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책을 읽고나서, 모리아티 교수의 말년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모리아티 교수는 가공의 인물일뿐더러 홈즈와 격투 중 폭포에서 떨어져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홈즈가 실상은 죽지않고 왓슨앞에 나타났듯이, 모리아티 교수도 죽지 않고 이렇게 은퇴해서 살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시간대도 딱 1907년 이쪽저쪽이니, 모리아티 교수가 살아있었다면 '노인'이 되어있었을 것이고, 그 좋은 머리로 '해결'된 범죄의 이면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방식으로 은퇴자의 지루한 하루를 달래려 했을지도 모를 일다.  


강령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 범인이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짐작할 수 있었고, 이를 plain site에 두었지만, 좀처럼 한 명으로 혐의자를 줄일 수 없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건 크리스티의 '반칙'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종의 연상추리를 해야만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을 트릭을 배치했는데, 내가 경찰이나 탐정이 아닌 이상 그렇게 깊게 사건으로 들어간 추론을 펼치는 것은 애시당초 가능하지 않았으니까.  


강령회라는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것도 좋았는데, 이상한 점은 어떻게 희생자의 이름이 나오게 했냐는 점이다.  이 부분은 그냥 단순하게 범인이 그쪽으로 '심령'의 싸인을 유도했다는 정도로 마무리했는데, 조금 불만스럽다.



박영선 의원이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 같다.  게다가 탈당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박의원이  탈당 후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고 이 정당의 색깔이 맞는다면 참가할 수도 있다는, 즉 모든 상황에 기름을 붓는듯한 이상돈씨의 발언까지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같다.  애시당초 임시직으로 맡은 대표자리를 굳히려다 실패한 건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데, 이상돈/안경환 비대위원장 카드가 딱 그런 추측을 하게 한다.  명망이 있는 새로운 인사를 영입해서 '쇄신'을 기화로 당권을 장악하는 신공은 이미 김한길씨가 한번 했다가 당을 말아먹고 끝난 바 있다.  게다가 나쁜건 이상돈이라는 카드인데, 그는 박근혜 정권 출범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출범 후 박근혜가 자기가 기대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온 사람이다.  그의 명망이나 인지도를 떠나서 박근혜를 괜찮은 보수리더로 본 해태눈깔 같은 정치시력을 가졌다는 점에 비하면, 그의 따나라당 참전경력은 결격사유로써 새발의 피가 아닌가 싶다.  그런 사람을 굳이 데려오려는 시도에 안경환 교수님같은 분을 끼워넣은 것도 뭔가 마뜩찮은 면이 있고.  알다가도 모를게 사람속인데, 정치인 속은 더한게 아닌가 한다.  그녀가 탈당을 한다면 정말 21세기 막장정치쇼가 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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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9-1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영선 씨 탈당 안한답니다.

transient-guest 2014-09-18 01:57   좋아요 0 | URL
저도 뉴스 봤습니다. 여럿을 위해서 다행이죠. 그나저나 이분 신뢰도가 확 떨어지네요. 사람이 삐지면 이런 이상행동을 하는군요.ㅎ

노이에자이트 2014-09-1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오르치가 쓴 장편 <주홍꽃> 읽어보셨나요? 우리나라에선 어린이 책으로도 각색되어 나온 모험소설인데 재밌더라고요.

transient-guest 2014-09-20 02:08   좋아요 0 | URL
이번에 처음 접한 작가라서 아예 모르고 있지요. `주홍꽃`은 찾아보고 나중에 다른 녀석들과 함께 구해야겠네요.ㅎ 노자님께서 재밌다고 하시니 더욱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