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상에서 읽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보았다.  단순히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장그래'와 주변인물을 통해 그려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처음과는 좀더 복잡하고 심오하게 다가온다.  단순한 시각으로만 보면 기업만화의 한 유형으로만 볼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만화가, 젊은이의 대다수, 아니 어쩌면 직장인의 대다수가 '미생마'인 요즘, '완생마'가 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지금 어떤 대안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삶은 살아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틈새를 파고들어 끈질기에 달려들어 한번의 기회를 노리는 바둑판의 승부처럼 그렇게 버티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컨대 잘 모르겠다는 것.

 

그나마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끝낸 마지막을 보면, '장그래'들의 인생에도 그간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댓가가 따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참 불쌍하다.  나 역시 원하는 전공을 택한 덕분에 취업과는 거리가 먼 공부만 줄창했고, 대졸과 동시에 갈 곳이 없어진 기억이 있다.  당시의 .com 붐도 나와는 관련이 없었고, 지금도 high tech이나 IP계열과는 무관하며 주식도 할 줄 모르는 나이기에 오로지 로스쿨만이 어떤 현실적인 대안이었는데, 그나마 학교를 다니면서 보니 취직이라는게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찌어찌해서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어렵사리 취직을 하여 실력을 키운 댓가로 이제서야 겨우 원하는 수준의 벌이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것도 지금 학교를 졸업하는 사람들에 비교하면 훨씬 나은 형편이라고 하겠다.

 

아주 극소수의 학교나 학과 또는 수준의 공부를 끝낸 사람들이 아닌 이 시대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봉급수준을 보면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시점에서 크게 오르지 않은 정도의 월급이라도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감지덕지해야 한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정도의 대학교에서 보통의 전공을 끝낸 젊은 사람들은 예전처럼 보통의 desk job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 그들이 모여있는 곳은 스타벅스와 식당, 그리고 이런저런 언저리 직장이다.  세 사람이 벌어서 겨우 house sharing을 support할 수 있는 정도의 봉급을 맞출 수 있는 것이 특히 이쪽 지역인데, 그렇다고 거주비용이 저렴한 지역에는 job이 없다. 

 

그런 그들에게 '장그래'처럼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온다고 얘기해줄 수 있을까? 

 

사실 한국의 경우 3D업종에서는 그나마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런 대안조차 이곳에서는 흔하지 않다.  그리고 말이 쉽지 수도권에서 desk job에 대한 꿈을 갖고 대학을 나온 사람이 3D로 발상을 전환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을 이만큼 살았고, 이만큼 겪은 내 정도의 나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편의점에서 온갖 시달림을 받으면서 알바를 하는 것보다는 3D업종이 낫지 않겠나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건 경험에서 체득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절박함의 산물이다.  기실 번듯한 직장이라는 허세를 벗겨내면 대기업 계열사에 양복을 입고 출근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잡일을 하다가 퇴근하는 무늬만 대기업 사원보다는 건실한 3D가 더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내 생각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미생'이 나온지도 근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수 많은 '미생'들의 현실은 더 나빠진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이를 어찌해야 할꼬...

 

오늘 새벽에 끝내기 운동을 하면서 남은 부분을 다 읽었다.

역시 소소한 재미를 주는데, 역시나 여느때처럼 중구난방으로 마구 읽어서 추리의 연결이 끊어진 덕분에 스토리의 개연성을 잃은 부분이 있다.

 

미스 마플이 또 등장하고, 익숙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논리적인 추리보다는 연상퀴즈가 떠오를 만큼 심한 반전이 있어 그저 소설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정도이다. 

 

정통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왠지 거기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는 느낌.

 

 

일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 그럭저럭 열심히 일하는 와중에도 조금씩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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