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버릇처럼 문학을, 좀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해야한다는, 철학과 과학을 파고 들어야한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현실은 판타지와 추리소설이나 에세이 또는 현대소설류를 더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워낙 늦게 문학에 눈을 떴기에 어릴 때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쉽게 읽지 못하여 더욱 더딘 읽이 때문에 고전문학을 섭렵하려는 시도는 느리게 조금씩 진행되고 있고, 철학이나 과학은 말만 그렇지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과학은 현대 지성인의 필수교양분야라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에 공감하여 그리 생각하고 있고, 철학은 무엇인가 근원적인 것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시작이나 과정이나 끝이나 별볼일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책을 읽지 않으면 불안하고, 계속 내 흥미를 끄는 책들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어떤 때에는 확실히 관성적으로 책을 읽는 나 자신을 본다.  이래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이런 것도 일종의 강박관념이 아닌가 싶다.  기실 안 읽어도 잘 사는 사람은 많은데 말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나만큼은 커녕 내 반만큼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간 독서량이 채 열 권도 되지 못한다.  이렇게 보면 참 외로운 행위를 즐기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자계서의 영향도 있고 인문학 열풍이 불어서인지 이런 저런 독서모임도 많고 강연도 많아서 나이에 맞는 그룹을 찾아 책읽기를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일단 그런 모임도 적거니와 죄다 여자들뿐이다.  남자가 book club에 들어가는 것은 자신이 게이임을 인증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보니 나 같은 straight는 더더욱 이런데 활동하기가 꺼려진다.  그래서인지 나의 독서와 책수집은 늘 혼자만의 것이다.


정확히는 이 책이 아닌 두 번째 편을 읽었다.  지난 번에 포스팅 할 때만해도 뜨지 않던 상품인데, 이 표지는 첫 권의 표지이다.  


확실히 키쿠치 히데유키의 작품의 최고봉은 Vampire Hunter D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기존에 있던 뱀파이어 모티브를 빼면 거의 순수하게 창작된 세계관인데, Wicked City나 다른 작품에서 보는 포르노그라피적인 부분이 배제되어 훨씬 깔끔하게 내용을 전개시키는 걸 본다.  Wicked City는 그런 점에서는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데, 물론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다.  다만 두 번째 권을 읽으면서 벌써 진부함을 느끼는 것을 보면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첫 권에서 맺어진 인간 Black Guard요원과 마계의 Black Guard요원 Makie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를 둘러싼 전쟁이 주된 내용인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에 모인 세계 최고의 정예요원들이, 주인공보다 강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죽어나가는 걸 보면 뭔가 설득력도 떨어지고, 큰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다음 권이 지금까지 나온 마지막 편이다.  그걸로 끝.


작년 할인 때 구입한 60여권 중에서 이제 겨우 1/3을 넘겼다.  exclusively운동할 때만 읽는 책이 되어버려서 그런 진도가 나온 듯.  왠지 이 녀석을 다 읽고 마저 남은 전집까지 다 보아야만 다른 작가의 전집을 사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번 작품에서도 절묘한 배치로 인해 범인이 누구인지는 전혀 종잡을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독자에게 두뇌싸움을 거는 소설이 아니라서 그저 방관자의 입장으로 극화를 즐기는 것이 더 보통의 크리스티 작품인데, 여기에 더해서 독자에게도 clue를 완전히 숨겨버리기 때문에 그래도 추리를 해보게 된다.  독자가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발생하는 서스펜스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다만 트릭을 장치함에 있어서 너무 중구난방인 점이 있었고, 그것을 마지막에 거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수준의 인물을 범인으로 만드는 것은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읽었다.  저자 '이승우'라는 소설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그의 작품을 접한 바도 없지만, 나이로 보건데 어느 정도 원로의 위치에 있는 사람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말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읽어야 한다는 말.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은 사람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런 점에서 요즘 유명한 몇 소설가들은 좀 반성해야 할 듯.  글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가장 기본으로 여겨지는 고전문학 정도는 읽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작가들을 보면 비록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지만 그 변명이 궁색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 외에도 약 열 단계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놓았는데, 철저한 밑그림 그리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나 발상의 중요성, 구상과 구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의 작품은 다음 작품을 위한 밑그림 같은 것이었을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종종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다시 다음 작품에서 심화되거나 expand되어 또다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참 행복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전체적인 느낌은 상당히 보수적인 냄새가 나지만, 새겨들을 말이 많이 있고, 합리적이라 생각되는 조언이 풍부하여 짧지만 꽤나 알찬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에도 어느 정도 적용할만한 충고는 고맙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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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6-1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씨는 광주의 모 대학 교수에 재직 중인 유명한 소설가입니다.르 클레지오와도 친분이 있지요.중단편도 재밌고, 특히 신과 인간의 문제를 다룬 작품은 기독교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한국의 기독교 문학에 관심이 있으면 황순원, 백도기 작품과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14-06-12 01:32   좋아요 0 | URL
진짜 모르는 작가인데, 의외로 최근에 읽은 독서평론책들에서 많이 거론되네요. 노자님 말씀처럼 매우 유명한 소설가인가봐요. 다음에 책을 주문할 때 좀 찾아봐야겠네요.

2014-06-12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3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