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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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는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갖고 있는 미국의 작가인데, 특히 어떤 이에 따르면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라고도 한다.  왜 그런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나 역시 그의 특이한 작품세계를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 접한 오스터의 책은 소설이 아닌 독서에 대한 에세이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를 작가로서 소개 받은 것은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를 통해서였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나 '뉴욕 3부작'을 비롯하여 일단의 소설들을 추려 소개한 이 팟캐스트를 통해서야 비로소 난 그가 작가인 줄 알게 되었으니 책의 세계는, 과장을 조금 보태면, 우주만큼이나 넓고도 깊다고 하겠다.

 

'빵굽는 타자기'의 원 영문제목은 Hand to Mouth이다.  이는 극히 절박한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오죽 급하면 손에 들어온 것을 입으로 털어넣겠는가?  글로 벌어먹고 사는 것, 그것도 체계적이지 않은, 자유기고 및 번역을 통해서 의식주를 간신히 해결하면서 멋진 작품을 쓰려고 하는 젊은 시절의 삶이 얼마나 경제적으로는 힘이 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제목이다.  이와 동시에 절묘하게도 글을 써서 삶의 양식을 버는 자의 모습이 이 제목을 통해서 나타난다.  즉 '손'으로 써서 벌어 '먹고'사는 것이다.  이 멋진 대구는 그러나 "빵굽는 타자기"라는 훌륭한 번역에서는 다소 유추하기 어렵다.  "빵굽는 타자기"라는 번역은 내가 볼 때에도 "Hand to Mouth"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지만, 역시 "Hand to Mouth"의 묘한 동시적인 의미를 떠올리기에는 무리스럽다. 

 

책 뒤에 부록처럼 실린 그의 실패한 연극 시나리오와 야구게임은 참고자료 치고는 그 양이 좀 많다.  그리고 재미가 없다.  굳이 모아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지만, 만약 작가의 의도였다면 실패한 젊은 시절의 시도를 복원하여 독자에게 보여주거나 책으로 엮어서 간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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