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6 (완전판) - 엔드하우스의 비극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코난 도일은 자신이 창조한 가상의 인물인 셜록 홈즈가 마땅히 작가 자신에게 돌아왔어야 한다고 생각한 모든 명예와 영광을 가져가 버렸다고 느낀 나머지 은밀히 그를 제거해 버릴 생각을 한다.  그리하여 홈즈는 그의 천적인 모리아티 교수와의 일전 끝에 스위스 어느 폭포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스토리가 여기서 끝났다면 물론 이 일화는 그리 유명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홈즈를 죽인 코난 도일은 수 많은 팬들과 여론의 탄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심지어는 그의 어머니까지도 도대체 왜 홈즈를 죽인것이냐고 물었을 정도로 홈즈를 죽인 댓가를 톡톡히 받게 된 것이다.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할 뻔한 적도 있다고 할 만큼 시달린 그는 결국 홈즈를 살려내기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셜록  홈즈는 귀환했고, 스토리는 모리아티 교수를 처리한 후 그의 난폭한 하수인이자 저격수인 모랜을 찾기 위해 은둔한 것으로 일부 수정되었다. 

 

크리스티는 왜 포와로를 죽여야 했을까?  그것도 시리즈 상 초기에 해당하는 '커튼'에서 갑작스럽게 말년의 포와로와 헤이스팅스를 등장시키고 영웅적이지만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한 것일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커튼'을 읽은 후로 남은 시리즈를 읽어가는 내내 포와로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일종의 후일담처럼 느껴지고 아련한 추억을 명탐정을 그리워하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이 이상할 뿐이다. 

 

매 스토리마다 기묘한 트위스트와 중복트릭을 보여주는 크리스티의 소설답게 이번의 이야기 또한 독자와 함께 포와로 마저도 중반까지 속아넘어가는 즐거움을 주는 '엔드하우스의 비극'을 읽는 내내 포와로와 헤이스팅스의 말년, '커튼'에서 본 그 모습이 생각나서 우울해했다.  그 만큼의 몰입을 갖게 된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다소 엉뚱하고 거만하기까지 한 포와로에게 말이다.  남은 이야기들을 읽어가는 내내 조금은 찜찜하고 조금은 서글플지도 모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