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에나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전국구 공천제도, 그러니까 유권자들의 투표가 없이 공천을 통해 국회의원이 되는 제도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의 국민들, 정치꾼이 아닌 재야의 지도자나 인재를 국회에 입성시키는 취지는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정당의 돈줄, 그러니까 공천권 장사를 하는 물건으로 전락한지 오래인 것이 이 전국구 공천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게다가 더 심한 폐해는 정권의 하수인들 더러운 일을 해준 댓가로 이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보수정권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통은 유신정우회가 아니었나 싶다.
가카정권 하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던 사람들이 용케도 법망을 피해 처벌을 면하더니 이제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난리다.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재처리의 달인이 김재철씨도 여기에 끼어 한 몫을 잡아 보려고 단단히 벼르는 모양이다.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책을 낼 만한 위인은 아닐진데, 출판기념회다 뭐다 사람과 돈을 끌어모아 다음 번 총선에 나간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할 말을 잃었다.
국회는, 특히 양원제가 아닌 단일한 입법기구로써의 국회는 그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그런 자리의 상당수가 댓가성이 아니면 장삿속, 그것도 아니면 선심성 공천으로 채워지고 있음은 단순히 전국구 의원이라는 자리가 국민의 선택이 아닌 정당의 선택을 받았다는 문제를 넘어서는 심각한 국가위기사태가 아닐 수 없다.
국회가 아니라 오물 재처리장이라도 된 것인지, 그야말로 똥과 똥파리가 가득하니 흉한 냄새가 난다. 참으로 꼴사나운 시절이다. 그렇게 모두 모여라! 모여라! 하면서 거수기 역할을 하는 댓가는 또 무엇이길래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사람들이 체면이고 나발이고 다 던지고 달려드는 것인지, 평범한 나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업데이트: 새로운 뉴스에 의하면 김재철씨는 사천 시장 선거에 나간다고 하니, 이야기에서 좀 빗겨난 듯. 시장은 아무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