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많은 Sci-Fi소설들은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공상과학문고의 편집본이었다. 그들 중 '화성의 공주'를 비롯하여 동 작가가 쓴 '타잔' 그리고 '펠루시다' 시리즈는 이곳에서 한 권씩 구해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은 그 원제는 물론 작가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것이 많은데, 당시 '도시 우주선'이라는 제목으로 읽은 'Orphans of the Sky'가 로버트 하인라인이라는 거장의 작품인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이고,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늘이다. 생뚱맞기 그지 않는 '조던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으니, 그 누가 이 작품을 알아볼 수 있을까? 사실은 자랑질을 하려고 페이퍼를 열었는데, 한국에는 오히려 번역본이 유통되고 있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살짝 김이 새는 감도 없지 않다.
지난 주에 큰 맘을 먹고 거금을 들여 구한 'Orphans of the Sky'를 오늘 받았다. 1963년에 나온 판본인데, Book Club Edition주제에 꽤나 비싼 30불이라는 값을 치르고 amazon에서 구했다. 원작은 두 판본으로 1941년에 출간되었던 것이고, 그 후로도 계속 복간되었던 것 같다.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하인라인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나 'Starship Troopers'로 더 유명한 작가이다. 초기작을 보면 뛰어난 상상력과 작품성 외에도 시대의 이슈들을 Sci-Fi로 해석하고 재배치하는 면에도 상당한 수준을 보여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후기작들의 경우, 다소 삼천포로 빠진 듯한 느낌을 받게도 하는데, 아시모프의 말에 의하면 강신술과 영의 세계 같은 '비과학적'인 것에 관심을 가진 결과라고 한다.

원래에는 이 사진과 함께, '들어는 봤나 Orphans of the Sky'라는 말을 쓰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아니, 살짝 무안하기까지 하다. Sci-Fi팬이라면 주저없이 구해서 읽기를 권한다. 국내의 열악한 출판사정을 볼 때, 언제 절판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작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