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인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책이라는 것을 제대로 읽기도 훨씬 전에 그는 이미 유명한 소설가였지만, 문학이나 한국소설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나의 독서편력에 그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우연한 기회에 읽은 '상도'를 통해서였던 듯 싶다.  하지만, 나중에 읽은 그의 초기작들이 눈에 익숙했던 것으로 보아,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최인호의 작품들은 나를 거쳐갔을 것 같다.

 

내 아버지와 동갑내기인 최인호씨가 어제 암으로 투병 중에 별세하셨다고 나온 기사를 보니 조금 착잡하다.  가장 나이가 들었다고 느낄 때는 동기들 중 누군가가 떠났을 때라고 하는데, 그 다음의 순위는 동기들 중 누군가의 부모님께서 떠나셨을 때인 듯 싶다.  최인호씨의 자녀와 나와는 물론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요즘처럼 오래 사는 세상에 68세에 세상에 이별을 고한 최인호씨의 떠남은 너무도 이른 것 같다.  쓸모없는 인간들은 저토록 오래 살면서 세상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는데 말이다. 

 

그간 수 년간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암이란 병이 그렇다고 한다.  그저,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쉬실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떠난 그를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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