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 (완전판) - 0시를 향하여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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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리소설을 접하는 시기는 대략 초중학교 무렵이 아닐까 싶다.  나도 그랬지만, 그 시절, 내 주변의 많은 형/동생들에게는 나처럼 이런 저런 문고판 전집이 한 두질 씩은 있었던 것 같은데, 입소문을 타고 판매원에게 구매하던 그 당시 방식에 따라 한 집에서 좋은 전집을 좋은 분을 통해 구매하게 되면, 어머니들끼리 소개를 하여 다른 집에도 한 질씩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나의 독서라는 것이 상당히 역사와 역사소설에 편중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추리소설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관념과는 달리, 그리 주의를 기울여서, 혹은 열심히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상당히 많은 부분 내용이 조금씩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에서야 제대로 읽는 홈즈, 포우, 뤼팽이나 크리스티는 그 재미가 각별하다.  아니, 단순한 추리를 떠나서, 잘 쓰여진 소설의 경우 인간의 내면을 그리거나 인과관계를 깊이 따져보는 일종의 장치 이상의 무엇을 보기 때문에, 오히려 어느 정도 세상과 사람을 경험한 지금의 시점이 추리소설을 잘 읽기에 적절한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도 기발한 트릭에 넘어간 듯 하다.  지금까지 보면, 크리스티는 (다른 작가들도 그러겠지만) 다양한 캐릭터와 배경이 되는 사건사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독자의 눈을 어지럽힌다.  게다가 이번 작품에서는 정작 중요한 인물들은 사건의 중심에 배치하여 더더욱 독자의 판단을 어렵게 한다.  결론이 다소 의외였고, 독자에게 주어지지 않은 배경사실이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는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일본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재미있는 멋과 맛을 느끼게 해준다.  이 시대만이 줄 수 있는 아련한 향수도 또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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