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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의 유쾌한 일본만화 편력기
이명석 지음 / 홍디자인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처음에 득템하고서 읽은 후 어제 다시 읽어 보았다. 한 8-9년을 사이에 두고 두 번을 읽은 셈이다. 만화책을 사랑하는 저자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대표적인 일본 만화작품 50편을 소개한 이 책에는 생각보다 내가 모르던 작품들이 더 많이 들어있는데, 한국의 그것에 비해 훨씬 깊고 넓은 일본 만화의 세계를 생각할 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작품들은 주로 상당한 유명세를 탄 작품들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우리가 익히 아는 드레곤 볼이나 슬램덩크, 내일의 조, 캔디 캔디 같은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요즘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반발인지, 만화, 장남감, 혹은 오락실 게임을 못 즐겼던 과거에 대한 반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만화책을 모아들이고 싶어진다. 사실 처음에 부모님 곁을 떠나 미국에 와서 좋았던 것이 이런 것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긴도 한데, 그럴만큼 우리 집에선 원래 자라나는 아이들의 필수 영양소인 이런 것들을 극도로 차단시켰었기 때문에, 난 지금도 게임과 만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 슈퍼닌텐도 (슈퍼패미콤의 미국 버전)로 나온 Street Fighter 2는 얼마나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었던지, 오락실에 가서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서도 무한대로 집에서 즐기는 게임의 맛이란. 지금이야 가정용 콘솔이 게임계를 lead하고 있지만, PSX까지만 해도, 가정용 콘솔의 최대목표는 오락실의 게임을 가급적 100%에 가깝게 이식하는 것이었었다. 아! 그런데, 이것은 게임 이야기의 책이 아니지...
80년대의 문고판 만화들 중 상당수는 일본 작가의 작품을 제멋대로 들여와서 가상의 한국 작가를 내세워 찍어내던 것들이고, 90년대의 상당 기간동안도 정품발매보다는 해적판이 더 유행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명석이 꼽은 작품들은 그런 경로로조차 볼 수 없었던 것들이 태반인데, 그것은 그와 나의 세대차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일본 만화책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 내지는 reference로 손색이 없는 책이고, 심심할 때 가끔씩 꺼내어 읽으면서 만화책에 대한 이런 저런 상상을 하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