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그리고 조카인가 하는 아바타를 내세워 발표한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콩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전무후무한 작가가 되었다. 

 

로맹 가리의 마더콤이라고 할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라고 할까, 아직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그것이 이 작품에 깊에 투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새는 어느 정도 자라서 날게 되면 둥지를 떠나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제 구실을 하는 어느 단계가 되면 부모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할 때, 그것은 집착이 될 수도 있고, 안주가 될 수도 있는데, 이것은 부모가 자식을 놓지 못하는 경우나 그 반대의 경우 모두 형태와 내용은 다를지언정, 폐해가 심각하다고 하겠다.  로맹 가리의 경우는 이런 경우에서 상당히 벗어나는 예외로써, 드물게 온갖 세속적인 것을 다 이룬 케이스라고 본다.  하지만, 결국 그의 생의 자유는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으로 시작과 함께 끝이 난 것이 아닐까?  작가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 보다, 이런 글이 나온 이유를 생각하게 만든 것은 로맹 가리의 인생이다.  글이 가지고 있는 내적 의미나 행간보다도 난 로맹 가리를 읽으면 늘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위대한 개츠비는 최근 1-2년 간 최소한 세 번은 읽은 것 같고, 그 전에 교과서로 읽은 적이 있는 것 같다.  판본은 모두 다른 것을 읽었고, 고등학교 교과서는 영문 원본을 읽었다.  읽을 때마다 다른 감성을 일으키는데, 일전에도 썼지만,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지나간 시절의 애틋한 향수, 갈 수 없는 기억 속...이런 것들보다 데이지가 얼마나 이기적인 여자인지, 개츠비의 성공을 향한 몸부림, 재수없는 톰, 거만한 속물같은 조던 베이커, 그리고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화자, 이런 것들에 눈을 두고 읽었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 개츠비에게 던지는 화자의 우정어린 한 마디도 기억에 남는다.  김영하 작가의 번역은 그가 의도한 대로, 의역과 story telling에 중점을 둔 것 같다.  이윤기 선생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데, 이게 또 전문 번역가는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겠다.  좀더 지나면, 영문본을 다시 구해서 읽어보아야 하겠다.  번역으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무엇인가를 찾아볼 것이다.

 

마이클 무어라는 심하게 부러운 국가적인 보물의 시작을 보여주는 책.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부시를 향해 던진 욕설 때문에 오랜 시간 살해위협과 각종 협박에 시달리다 못해 한때는 Navy SEAL출신의 경호원 8명의 보호를 받아야 했던 그 시련,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이 믿는바를 행하는 진정한 양심같은 그의 행동의 배경이 되는 어린 시절, 그리고 젊은 시절의 일화들. 

 

마이클 무어 감독을 캐스팅해서 4대강 다큐멘터리를 찍는 상상을 정말이지 이 책을 읽는 내내 했다.  이런 저런 일화들을 보면서, 그리고 마이클 무어도 하는 이야기지만, 정말 보통 사람이 벌이는 아주 작은 일로도 조금이나마 세상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한국어 번역이 있다면 강추하는 책이다.  미국보다도 훨씬 더 많은 다큐멘터리 소재를 제공할 이명박근혜의 10년에 마이클 무어를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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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5-0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지 같은 여자에게 속아서 인생 망치는 남자들이 불쌍하기도 하고...이 소설 읽으면서 데이지를 두들겨 패고 싶었어요.

transient-guest 2013-05-09 21:14   좋아요 0 | URL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완상 그 자체였지요...그런데, 사실 아무런 책임감이 없는 허영 덩어리같은 여자인데 말이죠. 데이지는 젤다 피츠제럴드를 모델로 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런 스타일은 별로에요. 그런데, 저는 데이지보다 톰이 더 싫었어요. 이런 인간류는 정말 싫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