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년 + 21세기 소년 세트 - 전24권 (묶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늘 책을 덜 사고, 지금 가지고 있는 녀석들을 더 보자고 다짐하건만, 그리고 자주 욕구를 억누르기는 하지만, 결국 어쩌다 한번씩은 집단구매를 저지르곤 한다.  지난 주에도 이런 충동의 결과로 추리소설 몇 권과 함께 이 합본을 사서 읽었다.  결과적으로 주머니가 조금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더 미루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온지 꽤 지난, 그리고 세계멸망이라는, 책의 주제라기 보다는 하나의 장치로 쓰인 이 테마역시 유행이 지나가고 있지만, 시공간이 바뀌면서 진행되는 이 만화는 그야말로 하나의 드라마였다.

 

너무도 유명한 70-80년대의 어린이 만화 플롯 - 악당이 나타나서 지구정복 혹은 멸망을 획책하는데, 극적인 위기의 순간에 영웅이 나타나서 이를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 을 이렇게 꽈배기처럼 꼬아놓고, 여기에 등장인물 하나마다 인간의 여러 모습을 하나씩 새겨놓은 이 작품은 단순히 만화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꼭 작가의 메시지를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느끼는 몇 가지 포인트는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보였던 것 같다. 

 

일단, 나비효과.  1970년, 어린아이들이 저지르는 일상의 단순한 일들이 이어지고, 여기서 파생된 결과물이 '친구'의 '세계정복'.  1970년에 몇 가지 일만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났어도 '친구'는 탄생되지 않았을 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약한 존재라는 점.  그러나 이런 약한 존재들이 모여 하나의 힘을 낼 때 사회를 바꾸고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점. 

 

극단적인 조작과 세뇌를 통한 민중통제는 현 시대,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  민주/독재국가, 동서양, 빈부를 막론하고 이런 조작은 어디에서든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이자 미스터리는 시공간의 연결 이상, virtual reality와 과거/현재/미래의 연결. 

 

백문이 불여일견.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았겠지만, 아직까지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구매를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  세일이니까.  난 이런 합본 세일을 좋아한다.  신간을 구매해서 읽을 때 느끼는 설레임도 좋지만, 모두 끝난 작품을 이렇게 한꺼번에 구해서 볼 때의 느긋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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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3-04-2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켄지....나오키는 참 대단한 작가. 그런데
이 만화의 영화판은 거의 '재앙'...이더군요.

transient-guest 2013-04-23 14:06   좋아요 0 | URL
일본애들이 보면, 만화의 드라마화는 좋은데, 영화화는 좀 약하더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