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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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책을 보면 어김없이 기획의 냄새가 난다.  즉 진중권과 정재승이란 두 학자들이 어떤 대담을 하거나,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을 책으로 꾸몄거나, 아니면, 원래 흥미를 갖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책으로 써냈다기 보다는, 출판사 차원에서 이런걸 한번 만들어 보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마스터 플랜을 짜고, 거기에 진중권과 정재승이 각각의 주제마다 각자의 학술적인 풀이를 가지고 글을 썼다고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틀렸을 가능성도 매우 높지만, 어쨌든 내가 받은 impression은 그렇다.  일례로, 주제선정도 그렇지만, 각 주제에 대한 해석에 있어 이미 정해진 결론을 놓고 해석을 짜맞춰간 느낌이 많이 난다는 것.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를 구체화하면서 글을 써나가는 것 보다는, 특정 주제와 해석이 나온 상태에는 이를 각기 과학/미학적인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풀어나간 시도의 냄새가 폴폴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나 재미있다.  가끔씩 나오는 fact의 오류는 조금 거슬리지만, 그래도 일종의 오차범위내에서의 오류로 보이니까 그런대로 참을만 하다.  그리고 정재승은 몰라도 진중권이라는,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흔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역시 참을 수 있다.  진중권 같은 사람은 하고 싶은 말, 아니 하여야 할 말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뱉어내는 사람이기에 귀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심형래도 황우석도 한창때에는 진중권 말고는 함부로 비판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 비판 덕분에 엄청난 인신공격까지 당했지만, 결론적으로는 그가 옳았다고 생각되기에, 진중권 특유의 다소 '재수없는', 무엇인가 늘 가르치려 하는 말투 역시 참을 수 있다.  혹자는 변희재를 진중권의 대착점에다 놓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볼 때 그건 어림도 없는 수작이다.  사람과 응가를 견주는 것은 바보같다는 생각.

 

그런대로 쉽게 읽히고 좀 유명한 주제들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 설사 그것이 결론에 맞춰진 냄새가 나더라도 - 볼 수 있는 책이다.  다만, 미디어에서 띄운만큼의 재미는 느끼지 못하였다.  So Caveat Empto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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