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김영하 여행자 1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한국의 작가들과 현대소설을 나름대로 엶심히 구해서 읽고 있다.  김영하는 내가 흥미를 가진 작가들 중 하나인데, 일전에 본 그의 시칠리아 여행기가 마음에 들어 이 책을 구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그런 내용의 여행기가 아닌 (1) 김영하의 다른 작품에서 사용되는 이야기, 그리고 (2) 사진이 있을 뿐이다.  후반부에 카메라에 얽힌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순전히 이 시리즈를 위한 것인데, 여덟 군데의 도시를 여덟 개의 다른 카메라로 표현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서점에서 이 책을 펼쳐보았더라면 바로 구매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전작의 대상이 되는 작가이니만큼, 구하긴 했겠지만, priority에서 밀린다는 이야기다.  물론 나는 운좋게 이 책을 중고로 구했으니까, 당장 구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하지만, 역시 기대했던 이야기가 아닌, 사진으로 가득찬 책의 구성은 특별히 맘에 와 닿지는 않는다.  정가가 만원에서 이백원 모자란 가격인데, 과연 사진을 모아놓은 책이 그런 값을 받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artist의 사진집이라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책의 프린트는 특별히 사진을 감상할 정도의 높은 quality가 아니고, 글로 꽉찬 구성도 아니기에 드는 생각이다. 

 

또 모르겠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니까.  아니, 나 또한, 어떤 다른 특정 시기에 이 책을 펼치는 순간, 하이델베르크의 도심속으로 유체이탈해 들어갈런지도.  같은 곳을 여러 번 여행하는 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른 감흥이 있다고 하는데, 언젠가 또 로마를 다시 가게 된다면 그런 느낌이 올지도 모르겠다.  먼 곳으로 간 여행이라고 해야, 로마에서 앙코나를 거쳐 메주고리예까지 다녀온 것이 전부니까.  살고 있는 곳이 여행지 같았던 것은 이십 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그 탓인지, 별로 돌아다니지 못하고 그냥 살다가 여기까지 와버렸다.  그래서인지, 여행은 언제가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같은 개쳑지로서의 아련한 이상향 같은 것이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마도 나는 그의 다른 여행기들을 사 모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뒷담을 남기게 될 것이다, 분명히.  하지만, 역시 중고의 기회를 노리게 될 것 같다.  이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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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3-02-0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US, 배송일 only 이틀 소요, 거기에 3-4불이면 구입가능한 중고서적까지. 트란님의 지난번 페이퍼 읽고 배아파 죽는 줄 알았... --; 대국과 오지국의 차이라고 해야겠네요. 책을 직접 보고 구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축복. 저에게는. 제목을 보고 구입결정을 했다면 저도 이 책 샀을 것 같아요.

'살고 있는 곳이 여행지 같았던 것은-' 이하 문구가 많이 공감이 되네요. 이제는 한국보다 더 익숙하고 편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행지의 한 곳에서 잠시 정착하고 있는 듯한 기분은 여전해요. 김영하 작가는 아직도 팟캐스트로만 접하고 있어서 트란님의 김영하 전작을 그냥 눈으로만 따라갈게요. 그나저나 정말 읽고 싶은 한국 작가 한 명이 생겼지 뭐에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transient-guest 2013-02-09 10:51   좋아요 0 | URL
호주에는 따로 진출하지 않았군요. 잘은 모르지만 한국사이트를 통해도 주문은 가능할거에요. 다만 배송료와 기간이 문제겠네요. 저도 옛날처럼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사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해요. 사실 영어책은 주로 서점에 가서 직접 구매하는 편이거든요. 한국에 살았더라면 아마 인터넷보다도 발품팔아서 돌아다니면서 책을 살때가 더 많았을 거에요.

외국에 오래 살면 살수록 그렇죠? 처음보다도 더 안 다니게 되더라구요. 여행도 독서처럼 습관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니는 습관, 거기서 얻어지는 즐거움의 기억처럼요.

김영하는 특이해요, 좀. 하루키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는 듯 하구요. 다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이러면서 비교하고 싶네요.

댈러웨이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구요. 간만에 들려주셔서 반가웠습니다.

댈러웨이 2013-02-14 18:18   좋아요 0 | URL
일단 이곳의 교민수가 적으니까 알라딘이나 교보가 입점해서 이익을 낼 만큼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거에요. 교민들 많이 사는 동네에는 한국인 서점이 한 곳씩 있지만, 배송료를 많이 지불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온라인 주문보다도 더 메리트가 없어서 발품도 팔지를 않는다는. 대부분 베스트셀러와 종교서적, 아동서적들이다보니.

김영하 작가는 팟캐스트 듣고 있다보면 아, 이런 사람이랑 연애 한 번 해봤음 좋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은근히 고립되고 폐쇄적인 면모가 말하는 매너에서 읽혀진다고 해야할까요.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를 다시 잡고 있는데 김영하가 많이 다뤄지고 있네요. <빛의 제국>이나 <나는 나를 파괴할- > 부터 초기작이었고 영화화되었던 <주홍글씨>의 원작 <거울에 대한 명상>까지. 시작한다면 초기작부터 훑어야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트란님 방은 글 올라올 때마다 오는걸요. 댓글을 달까 한 5초? 한 10초? 고민하다가 보통은 도망가지만. 이전에 말씀드린대로 트란님 서재 1/3은 털었어요. 일단 올라 온 페이퍼는 다 읽었으니까. 이제부터 긴장하세요. :)

아, 그리고 저는 운동중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동생도 그랬고 큰 조카도 그렇고 다들 몸단련을 정말 좋아해서. 지난번에 제가 실례한 건 아니었기를 바래요. 운동중독에 관한 트란님의 페이퍼를 읽어버리고 말았지 뭐에요. :)

transient-guest 2013-02-15 01:59   좋아요 0 | URL
그래도 꽤 많이 사는 줄 알았는데, 아직 호주이민은 좀 초기단계인가봐요. 한국에서는 호주가 더 가까울텐데, 정말이지 그렇게 비싼 책가격이면 차라리 한국에서 주문하는게 더 낫겠네요. 여기도 종교서관이라고 책이 정말 없고 비싼 서점 하나뿐이에요. LA쪽은 워낙 교민이 많아서 서점도 여러개가 있는데 말이죠.

작가예찬에서 이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요?ㅎㅎ 사귀어보고 싶은 작가라. 김영하 작가는 확실히 좀 특이한 점이 있어요. 하루키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요. 팟캐스트는 정말 자기 맘대로라서 요즘은 또 뜸하네요. 이동진의 빨간책방도 좋구요. 이곳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전 알라딘US를 운영하던 이형렬 한윤경의 어쩌다 책읽기도 들어보세요 (사실 이-한은 좀 뭐랄까 가볍다고 할까, 경박하다고 할까 unprofessional한게 있지만, 그만큼 덜 한국적인 부분도 많이 있어서, 교민들의 귀에는 좀더 친숙할 수도 있어요).

아이고. 그렇게 다 보시면, 좀 부끄러운걸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저 그런 변방의 마이너 서재인데요. ㅎㅎ 운동은 좋은거죠. 중독이라고 할만큼 많이 하게 되는건 아니에요. 일단 힘이 들어서 어느 정도이상은 못하니까요. 안하는 사람들이 볼때는 그렇게 표현하는거죠. 질투와 시샘을 살짝 섞어서..ㅎㅎ

탄하 2013-02-1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하루키와 김영하에 매우 몰입하시는 트란님!
올리신 페이퍼들 슬쩍 훑어보니 한 번 시작하면 끝장본다..뭐, 이런 굳센 자세가..^^
이 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읽은 후 김영하의 작품들을 다 뒤져보다가 홀깃했던 것인데(아마 이것과 쌍으로 나온 것이 '도쿄'편이였죠), 여행기가 아니라면 저도 다시 생각해 봐야 겠네요. 헛! 지금 다시 책소개를 보니까 여행기라는 말은 없군요. 근데 제목때문인지 당연히 여행 이야기가 위주일거라 저도 착각했네요.

트란님께는 새해의 복이 알라딘US의 새단장과 함께 온 것 같습니다. 중고도서를 알라딘US에서도 살 수 있다는 게 저는 놀랍기만 해요. 미국에서 수거한 중고도서도 아닌데 어떻게 거기까지 단기간에 배송할 수 있는지...우와! 암튼, 축하드립니다.

그곳에선 설연휴는 없겠지만 그래도 떡국 드시면서 명절 분위기라도 느끼시길..^^

transient-guest 2013-02-11 12:08   좋아요 0 | URL
작가들을 하나씩 다 섭렵해간다고 하면 조금은 과장이겠지만, 이런 접근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약간의 덕질같은 느낌도 있구요.ㅎㅎ 작가의 사진기행에는 아직은 흥미가 없네요. 여행기를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제목만 보면 사진기행일거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네요.ㅎ
분홍신님께도 2013년의 복이 마구 쏟아지길 바래요. 알라딘US의 신체제덕에 지출이 조금 늘어나는 것으로 한해를 시작했음니다만, 그래도 읽고싶은 책을 제때 구할 수 있다는 축복이...

숲노래 2013-02-15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 문학을 하는 분들이 '외국 여행기'는 이제 좀 그만 쓰고, '한국 시골마을 여행'을 하거나 '한국 시골 숲이나 바다'에 조용히 깃들며 마음을 다스리는 이야기를 쓸 날은 언제쯤 될까 궁금해요. 이런 여행기로 작가로서 푼돈을 벌 테지만, 소로우 같은 사람처럼 오래오래 널리 읽힐 '명작'을 내놓지는 못하잖아요.

transient-guest 2013-02-15 23:43   좋아요 0 | URL
점점 그렇게 되겠지요? 서구적인 이야기들도 재미있지만, 우리의 이야기도 좋으니까요. 저는 작가 개인의 취향이상, 출판사의 기획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