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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료전쟁 ㅣ 가일스 밀턴 시리즈 1
가일스 밀턴 지음, 손원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서구열강의 식민지시대의 전 단계였던 일종의 대항해시대에 육두구, 정향 같은 향신료의 독점무역을 위한 항로찾기탐험과 주요세력들의 다툼을 그렸다. 원산지에서 1페니에 불과한 육두구는 유럽으로 돌아오면 값이 수십/수백배로 뛰어, 육두구 한 주머니면 집 한채를 짓고도 남았다고 하니, 능력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뛰어들었을만 하다. 지금으로 치면, 위험한 아프리카 내전지역에서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것 이상 위험한 일이었을게다. 정확한 해도도 없고, 지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 적어도 현대의 기준으로는 - 거의 전무한 상황, 게다가 15-17세기만해도 괴혈병의 발병에 대한 문제 - 비타민 섭취 - 또한 해결되지 않았기에, 그리고 영양실조와 거친 생활에서 오는 다른 전염병이나 풍토병으로부터의 보호가 전무했던 시대에, 미지에의 세계로 향항 장거리 여행이란 목숨을 거는 것이었을게다. 차라리 지구에서 달로 향하는 NASA의 우주선이 이 보다는 덜 위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돈'에 대한, 일확천금에 대한 유혹이 평범하지만 용감한 뱃사람들을 사로잡았고, 이들을 지원하여 상관을 개설하고, 꾸준한 무역기지를 원하던 상인조합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 시대의 주요열강은 원주민과, 그리고 자기들끼리 끊임없이 - 거의 300년 이상 - 향료무역을 독점하고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갔을 것이다. 이 전쟁에는 원주민들과, 특이하게도 일본인들이 용병처럼 부려졌다고 하는데, 아마도 칼 한자루에 목숨을 건 뜨내기 무사들과 이들을 주축으로 하여 활동하던 해적 - 왜구 - 들이 주요 공급원이 되었을 것 같다.
여기까지 쓰면, 무엇인가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 혹은 내가 느낀 무엇인가가 나올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런 것은 없다. 책의 내용 자체가 그런 방향과는 거리가 먼, 어쩌면 지나치리만치 사건사실을 중심으로 서술한 것이기에 나 역시 별로 느낀 점은 없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보면 언제나 떠오르는 생각이지만, 왜 조선의 지도층은 그 작은 땅덩어리안에서 공맹의 도를 논하고, 때로는 이에 목숨을 주고 받으면서, 오로지 '소중화'의 위치를 지키는 것에 만족했던 것일까? 정말이지, 왜란과 호란을 전후로 하여, 역성혁명을 거쳐 - 일반적인 왕가 및 지도층 교체방법 - 새로운 나라가 열렸더라면 무엇인가 달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꺼운 책이지만, 글자의 크기도 그렇고 내용 구성자체가 매우 쉬운 읽기를 선사한다. 자투리 시간에 틈틈히 읽어도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다 읽어내려갈만틈 무리가 없다는 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시대와 사건을 mix하여 연대가 불분명하게 서술되거나, 이와 비슷한 구성상의 난맥이 약간은 짜증날때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면에서 굳이 점수라는 것을 매겨야 한다면 딱 이 정도면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