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나와서 읽히던 시절은 MB정권의 초기였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사회전반에 걸친 에세이, 그리고 저자가 기고했던 영화평을 모아놓은 책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평만 나와서, 그럭저럭 읽어제꼈지만, 이 책의 gist는 본문의 MB정권과 사회이슈들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저자는 민주당의 이슈부재와 정치력의 부재, 그리고 학습되지 않은 안티 MB만으로는 정권탈환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대략 2007-8년 사이의 글이니, 이 저자의 혜안을 높이 살만하다.  단순한 탈재벌, '경제민주화', 이런 것들로는 이슈선점이 되지 않는데, 이는 이 표어들이 실질적으로는 어떤 확고한 방법론에 입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번 대선의 과정과 결과를 보고 나니, 저자의 말이 확연히 이해되는 것이다.  민주당과 말바꾸당의 대결구도에서 보면, (1) 사회복지나 개혁에 대한 표어를 말바꾸당과 바꾸네가 선점하였고, (2) 흑색선전의 물타기 전략으로 보수-진보의 차별화를 어렵게 만들어 버리고,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말바꾸당의 차이가 별로 없음을, 따라서, 고만고만 하다면, 문재인 보다는 박근혜의 보수가 낫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고 본다. 

 

또한 안철수 현상 자체가 다분히 충동적인 것이 있었다고 보는데, 이는 노무현-이명박-안철수로 이어지는 스윙 vote의 스타지향을 볼 때 그렇다는 것.  역시 학습되고 확인되지 않은 구세주지향의 정치편향이 안철수의 사퇴로 인해, 개혁세력으로 바뀌지 못하고, 바꾸네의 물타기에 넘어가 버렸다고 볼 때, 저자의 준열하고 정확한 논점이 돋보이는 것이다. 

 

사회의 minority로서 무한경쟁과 물질반복의 나선계단에서 내려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 당시 서른을 갓 넘긴 - 한 젊은 기자/글쟁이의 미래통찰과 사회분석이 예리하다.  뒤로 갈수록 영화평 모음집이 된 것은 좀 옥의 티.  그리고 시사인이나 기타 진보매체에 다수 기고하는 저자의 특성상, 어떤 글은 낯이 익었다는 점도 책의 몰입도를 조금은 떨어뜨린 아쉬움이 있지만, 다시 돌고돌아 제자리 걸음이 된 앞으로의 5년을 생각하 때, 한번 정도 읽어보고 생각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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