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의 업무시간에는 주로 오전중에 서류업무나 간단한 온라인업무를 처리하고, 오후에 조금 한가해지는 시간대에는 책을 읽거나 인터넷 browsing을 한다. 이때 자주 마주치게 되는 기사들 중 하나가 - 특히 가을로 접어든 지금에는 더욱 - 각종 도서전, 도서특강, 독서특강 같은 것들이다. 도서전이야 직접 가보지는 못하기에 많이 아쉽지만, 항상 반가운 것들이고 해서 눈팅하면서 부러움을 달래어보지만, '독서특강'이나 '도서특강'은 솔직히 별로다. 아니 별로인 정도가 아니라, 한 사람의 독서인으로서, 책수집가로서 매우 한심하게, 때로는 착잡하게 느낄 때가 많은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얼마나 책을 읽지 않는 시대이길래, 이런 특강들이 유행일까 (유행한지는 좀 오래됐지 아마?). 내가 어릴때만 해도, 오락이라고 해봐야 TV, 오락실, 그리고 책이니까, 그때만해도 책과 만화책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책"은 분명히 훌륭한 하나의 오락수단이었고, 거기서 시작된 독서는 머리가 굵어지면서 함께 자라나곤 했던 것을 기억한다. 하다못해 구멍가게에서 하루종일 자리를 지키는 아저씨도 책을 읽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은 차치하고라도, 부모들부터 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분명히 책은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직장생활을 위해서도, 시험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독서가 필요한 세상인 것이다. 수능에 논술이 도입되면서, 또 일부 학교들이 모양뿐이긴 해도 서구의 유수대학교나 스쿨들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려고 하면서 더욱 중요해 진 것이 독서와 이를 소화해내는 능력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책읽기는 싫은데 말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 마치 한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성공학 선생들의 세미나처럼 - 독서강의/도서특강류가 되겠다. 물론 이는 지극히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general하게, 아주 일반적인 나의 관점이니 조금 이해해 주시기를.
강의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책을 편하게 잘 읽는 방법에 대해 이런 저런 노하우를 제시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런 책을 쓰는 사람들은 책을 "편하게도" 또 "쉽게도" 읽은 사람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인데, 구매자들은 물론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이 책을 따라하면 일주일에, 또는 한달에 몇 권을 효과있게 읽어낼 수 있겠지 하는 생각, 또는 다 읽지 않고도 원하는 정보만 쏙 뽑아서 쓸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이런 책들을 읽어제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심지어, 그렇게 따라만 하면, 저자들처럼 자기도 "독서문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기는 싫은데, 흥미가 없는데, 그래도 읽어야 하니까, 또 읽어야만 하는 현실이니까 이런 류의 강의나 책들이 소위 장사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해서, 책을 많이 읽고 사들이다 보면 거기에 비례하는 많은 고민이 생기는 것 같다. 어떻게 더 잘 읽을 것인지, 어떻게 잘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들에 대해 해결책을 주거나 권할 수 있는 책/강의는 극소수로 한정되어 있다고 본다. 그 나머지는 모두 다른 이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고, 어떤 이들의 커리어를 만들어 주는 것에서 효과의 90% 이상이 소요되고, 나머지 10%를 그나마 없는 것 보단 나은 그 무엇인가를 산출해 내는데 쓰이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책을 많이 읽고, 균형된 마음과 정신의 단련을 이어나가면, 그리고 이 balancing에 맞춰 육체도 단련해 나아간다면, 우리들은 아마도 좀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들을 이리저리 흔들어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영향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행복과 명예를 추구하면서 살아갈 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추세도 아쉽지만, 특히 한국의 현 세태가 아쉽기만 하다.
자꾸 읽고 사들이는 문화, 비평하고 소화하는 문화, 취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자리잡아서 예전처럼 책 한 권을 잘 쓰면 팔자를 고치고, 출판사나 서점을 경영하면서 건물도 지을 수 있을만큼 성공하는 시대 -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지만서도 - 가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