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그릇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3
마츠모토 세이조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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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초의 작품을 읽은 것이 벌써 6-7작품이 넘은 듯 싶다.  그간 간간히 써왔듯이 본격적인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사회상을 다룬 르뽀같은 작품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었기에, 역시 세이초는 란포나 세이시같은 소위 좀더 정통파 추리물 작가들과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  뭐, 앞으로도 특별히 이런 생각이 변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근에 읽은 이 작품은 보다 더 추리소설에 가까운 구성과 내용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해 본다.

 

어느날 철로변에서 발견된 시체는 타살로 판명이 나고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져 모인 clue들로 수사를 시작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develop되어 종국에는 금방 미결사건이 되고야 만다.  주인공 형사는, 형사 특유의 의무감으로 이를 처음부터 다시 쫒는데, 컴퓨터가 뭔지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던 시절, 아니 전화는 교환수를 통해 이루어지던 시절답게, 이들의 수사는 철저하게 '발'에 의존하는 아날로그적이다.  예전에 60년대를 다룬 다른 추리물에서 한 형사가 이야기했듯이 수사는 철저하게 발로 뛰는 것이 이 시대의 공식이었던 것이다. 

 

지금보면 DNA조사, 사건장소주변의 무인cctv를 보면 반 이상은 해결이 될 의문점들이겠지만, 어쩌랴, 시대가 시대인 것을.  꾸준하게 인내를 가지고, 동시대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사건을 추리해가다보면 의외로 쉽게 용의자를 식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간만에 약간이나마 추리를 요하는 작품을 읽을 수 있었기에 머리를 식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상하게 동서미스터리 문고의 판이 나에게는 정감있게 보이는데, 이도 다 사들이려면 200권이 훌쩍 넘기에 무리가 있고, 포함된 많은 작품들이 다른 경로로 많이 재출판되었기에 역시 좀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 판본은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추억의 그 무엇인가가 있어 요즘에 나온 좀더 고급한 작가중심의 양장본들보다 더 정감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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