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쓰모토 세이초 컬렉션 3부작을 읽은 후에 잡은 그의 장편소설인데, 과연 추리소설이라고 할만한 요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추리소설의 구도는 사건에 대한 '추리'가 있어야하고, 셜록홈즈처럼 선/악을 대비한 케릭터의 존재와 특정범죄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그 모든 것들이 흑백으로 갈라져 존재하지 않고, 뒤죽박죽 섞여 있는것이다.
평론에 의하면 '사회파'추리소설로써의 feature를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하는데, 나의 공감 유무를 떠나서, 굳이 말하자면 추리소설에서 detective계열보다는 일반적인 미스테리 계열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사회파의 거장답게, 이 책의 내용 역시 실제로 2차대전 후 막후에서 일본 정재계를 좌지우지했던 - 흑막 - 속의 한 인물을 모델로 하고있고, 그를 중심으로 각자의 욕망에 충실하게 서로를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인물들이 때로는 독립적으로, 또한 때로는 유기적으로 스토리를 움직여나간다. 절대적인 선도 없고 악도 없는, 자기가 살아가는 시대를 벗어날 힘도 없고, 그저 그 사회속에서 시류에 편승하여 한몫을 잡아보려는, 또는 petty한 욕망을 실현시키려는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전후의 일본사회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장르의 특성상 많은 내용을 쓰면 스포일러가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독후감스러운 이야기를 쓰는 것은 내 취미가 아니다. 그저 불로 시작해서 불로 끝나는 한 인생이 좀 불쌍할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정판으로 세이초의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하니, 기대하면서 한 권씩 읽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