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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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active하게 런닝을 했던 것은 저 먼 옛날, 호랑이가 담배먹던 시절, 즉 나의 대학생 때였는데, 4학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동기는 단순했다.  어느날 갑자기, 나이가 들면 뛰고 싶어도 못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가만히 앉아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1/4마일, 반마일, 이런식으로 꾸준이 업그레이드하여 대략 하루에 2-3마일을 뛰었던 것 같다.  익히 알려진대로 뛰는 운동이나 수영은 살을 빼는데 매우 좋다.  근육운동은 물론 지방연소에 좋지만, 이를 지난 4년간 해온 사람으로써 보건데, 철저한 음식관리와 운동관리를 함께 하지 않으면 근육운동으로 살을 '쫙!' 빼는 것은 무리. 

 

여하튼, 그 뒤로 약 2-3년은 뛰는 운동을 많이 했었다.  검도를 시작하고도 하루에 2-3마일을 뛰었었기에, 지금도 보면 그때의 사진이 성인이 된 후로 가장 마른 체형을 간직하고 있다.  그 뒤로 검도만 띄엄띄엄 하다가 운동을 거진 놓아버린 후 다시 4년전에 복귀한 후로 지금까지 weight training과 적절한 cardio운동을 하고는 있다.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고는 있는데, 역시 수영/런닝 만큼 '쫙!' 빠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가끔은 불만이다.

 

내가 런닝을 멈추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사실 발바닥 부상인데, 검도시합에서 다친, 아마도 그간의 무리에 대한 보답으로, 발, 나중에 들으니 족저근막염 또는 부상골 머시기 등 여러가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때문으로 그때 살짝 비뚤어진 몸 자세가 지금도 가끔 애를 먹이곤 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만 각설하고.

 

하루키가 Jazz와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맥주와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런닝의 경우는 거의 민간인 전문가 수준인 듯 싶은것이 지난 20여년간 매년 한 차례는 마라톤을 완주하고있고, 그의 경력에는 무려 100km 마라톤 완주까지 포함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런닝만으로는 무엇인가 motivation이 부족하여 트라이애쓸론, 무려 수영-사이클링-런닝을 한번에 하는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고 있다고 하니, 성공한 (이게 중요하다) 전업작가로서 시간씀씀이가 자유로운 그가 부럽기 그지없다.  다른 꾸준한 노력은 나도 어느 정도 쏟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간 하루키의 달리기 여정, 그 사이사이의 단상들, 그리고 life, 글에 대한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running이라는 테마와 함께 엮어낸 이 책은, 그의 소설만큼의 재미는 없지만, 좋아하는 작가, 하루키라는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한국에서 유명해지기 훨씬 전에 이미 유명한 작가가되어 다양한 곳에서 생활을 해보기도 했었던 그가 미국에서도 강사로 - 아마 visiting scholar 같은거 - 동부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는데, 그 멋진 호수 - 이름 생각이 나지 않는 - 보스턴에 있는, 그곳을 뛰었다고 하니 역시 부러운 것이다.  이러다가 하루키를 따라 Jazz바를 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의 인생여정을 하나씩 따라갈지도...성공한 전업작가가 되는 부분을 빼면 다른 것들은 어느 정도 가능할 듯. 

 

그리고, 나도 다시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검도는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사무실이 좀 안정된 후 예전의 삶과 reconnect하고 싶기 때문인데, 뛰는 것은 혼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운동에 약간만 더하면 될 것 같다.  일단은 weight lifting 후의 cool down운동으로 기계를 이용하여 적응력을 키우고, 이게 좀 되면 트랙이나 하이킹 코스를 뛰어봐야겠다.  마라톤을 하는 일은 없겠지만, 이게 좀 되면 나도 gym에서 미니철인3종경기 - 뛰기-자전거-수영으로 이어지는 - 에 도전해 볼 수는 있을것 같다.

 

그래, 하루키의 말처럼 무엇이든, 글이던지, 삶이라던지, 그저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인게다.  천천히 양을 늘리고 강도를 높여가면서 몸과 마음이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말이다.   내가 다른건 남들만 못해도 꾸준히 하는 것 하나는 좀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니까, 분명 내년 이맘때에는 나의 달리기에 대한 페이퍼도 하나 올라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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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2-06-1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하루키가 마라톤을 즐긴다는 소리에 어찌나 놀랐던지.
그당시엔 마라톤은 선수들이나 하는 건줄 알았거든요.//
하루키 에세이는 2권을 읽었는데 이건 읽지 않았던 거네요.
에세이어서 하루키는 의외로 재치있고 유머러스하죠?

transient-guest 2012-06-12 01:37   좋아요 0 | URL
대단한거죠. half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봤지만 full은 정말 힘들것 같은데 100km짜리도 해봤다네요...
에세이를 보면 일상의 작은 일들을 재치있게 그리고 자세하게 관찰하는 것 같고, 이런 것들이 쌓이면 한편의 소설이 나오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