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나루케 마코토라는 이름의 이 저자는 1955년생으로, 무려 35이라는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사 일본법인의 사장으로 취임했던 매우 'impossible'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쯤하면 이 책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marketable하다는 사실에 이견을 달긴 좀 어렵다.  무슨 말을 하던 이런 스펙의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한번 정도는 들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 이나 있겠는가?

 

저자는 그의 성공의 원천을 무지막지한 수량의 독서임을 강조한다.  그것도 그냥 독서가 아닌 일종의 막가파식(?) reading인데, 제목과도 같이 '열권'을 '동시'에 읽는다는 것.  즉 이 책은 단순한 '독서합시다' 혹은 '독서로 자기계발합시다'과는 다른 일종의 혁신적인 독서방법론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점만 이야기하면, 저자는 손이 닿는 곳에, 또 기회가 되면 아무때나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여러 종류의 책들을 그야말로 마구 읽는 것, 뿐만 아니라, 흥미가 가지 않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 여겨질만큼 재미가 없는 책들은 읽다 마는 것, 그리고 특정 장르들의 책은 읽지 않는 것을 적절히 섞어 한번에 약 열권 분량의 책을 동시에 읽을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한정된 시간에 많은 책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장르와 책을 넘나들기 때문에 뇌가 활성화되며, 다독을 하는 만큼 사고의 전환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다독, 정독, 속독, 음독, 및 재독을 포함한 다양한 독서방법은 책을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무한반복으로 옮겨다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정독, 그리고 속독, 그 다음에는 다독 및 재독, 또 이를 모두 섞은 hybrid형태의 독서방법을 가지고 있다.  즉, 저자의 이야기는 새롭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독서를 출세나 성공, 또는 자기계발의 방편으로 보는 경우 나름대로 경력상의 큰 성공을 거두었던 독서가의 말이니만큼 좀더 눈이 번쩍 뜨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책과 책읽기 그 자체가 좋기에 이 책의 reading은 다만 내가 하는 것을 남도 하고 있다, 나아가서 좋은 방법이라고 적극적인 방법론을 보는 것에서 그쳤다. 

 

끝으로 책을 정말로 많이 사서 읽는 저자인 듯 하고, 이런 부분에서는 고수나 선배격에 해당하는 사람같으니 뭐라 함부로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책읽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1) 문학을 멀리한다는 것과 (2) 책을 많이/빨리 읽는 것에 치중하여 속독에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식의 편식이나 방법은 좋지 않다고 본다. 

 

방금 생각한 것 한 가지 더.  저자는 이런 시대에 남을 따라하는 것은 뒤쳐지기 딱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즉 자기만의 것을 찾으라는 이야기 같다 (성공학/계발 서적을 읽어봐야 소용없다는 것). 그렇다면 저자의 이 '창조적 책읽기' 역시 아무 생각없이 따라해봐야 별 볼일이 없는 것일수도 있겠다.  내면에서 자신의 방법과 경험, 그리고 행을 통해 도달하는 '열권 읽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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