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스파이의 묘비명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6
에릭 앰블러 지음, 맹은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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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뒤바뀐 카메라에서 나온 필름 때문에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다.  심문결과, 그가 스파이가 아니라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이제 정보부는 그를 이용하여 진짜 스파이를 찾으려 하고, 주인공은 자신의 신분문제 때문에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내용은 어느 정도 볼 만했고, 조금은 장황했지만, 다양한 인물들을 호텔이라는 일종의 폐쇄된 공간에 모아놓은 장치 또한 상당히 훌륭했었다.  도입부를 지나면서는 꽤 즐기면서 읽었다.  또한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볼 수 있는 주인공의 신분상 특수성도 상당히 흥미로왔다.  헝가리에서 태어났으나 1919년 트리아농 조약에 따라 고향이 유고슬라비아에 편입됨에 따라 유고슬라비아 여권을 발급 받았고 (즉 유고슬라비아 국민으로 인정), 부다페스트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 아버지와 형이 정치범으로 사형당했기에, 유고슬라비아로 돌아가지 못하고, 헝가리에서도 머물지 못해 영국으로 갔다가 프랑스로 가서 조건부 시민증을 받은 사람인 주인공의 복잡한 과거는 이 시대 유럽의 국지적인 역학관계와 그 안에서 일반인이 겪었을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학도인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일차'자료인 것.  에리히 레마르크의 '너의 이웃을 사랑하여라'의 주인공과 약간 overlap되는 느낌.

 

가볍게 머리를 식히면서 읽기 좋은 책인데, 자주 말하지만 동서 미스테리 북스의 판본이 크기나 구성, 그리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점에서 특히 선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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