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1 - 강철도시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철호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199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은 판본은 "The Robot Novels"라는 제목으로 엮어진 "The Cave of Steel"과 "The Naked Sun" 중 "The Cave of Steel" 부분이다.  예전에 읽은 금성출판사 소년소녀 SF에서는 "강철도시"라는 제목으로 "The Cave of Steel"을 번역했었는데, 정확하게는 강철의 동굴이 맞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번역이라는 것이 원래 의역을 포함하여 가장 정확하게 진의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하니, 강철도시가 원문의 취지에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대는 무려 21세기 초입!  2012년인 지금보다 과거(!)인 셈.  이미 인류의 인구는 80억을 초과했고, 전 시대부터 꾸준하게 이루어진 외부 행성계로의 개척과 이민으로 하여 '인류'는 크게 '지구인'과 'Spacer'라고 하는, 초기 개척/이민자들의 후손들로 이들은 생활환경 뿐 아니라 의식구조, 신체비율, 수명 및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이미 크게 갈라져 있다.  이에 의한 갈등에서 특히 로봇과 'open space'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이 소설의 큰 테마이다.

 

지구인의 대다수는 이미 'open space'에서의 생활을 포기한지 오래.  거의 대다수가 수억씩 나뉘어 'City'라는 강철돔에서 직업/신분에 따른 엄격한 의식주 분배 및 산아제한이라는 통제하에 살고 있고, 이는 다시 매우 delicate하게 balance되는 식량생산, 공기청정, 및 도시계획으로 유지된다.  즉 모든 것이 포화상태인 셈.  거의 대다수의 지구인들의 경우 이 강철돔이 그들의 세계의 전부이다. 

 

'Spacer'들이 사는 외부 행성계는 이런 문제가 없다.  한 별에 인구 수억 남짓이 로봇을 비롯한 기술문명의 이기를 통해 자연적인 환경에서 매우 편하게 살고 있고, 건강관리만 잘 하면 300세 이상의 수명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 덕에 이 'Spacer'들은 초기 개척시대의 진취성을 잊은채 현실에 안주하며 일종의 문명의 '퇴행기'에 들어서고 있다.

 

지구와 'Spacer'의 생각있는 사람들은 이 우주문명의 '퇴행'을 이미 한계에 다다른 지구에서의 이민유도를 통해 다시 되돌리려 한다.  즉, 실행이 된다면 'win-win'인 것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면서 모든 갈등의 근원이 되는 것이 '로봇'이다.  지구의 '로봇'은 일종의 기계화된 노예이고 혐오의 대상이라면 우주에서의 '로봇'은 생활에서 필수인 동반자이다. 

 

소설의 모티브를 보면 아지모프가 작품을 쓰던 시절에는 특히 심했을 백인-유색인종 갈등이나 native-이민자 갈등에서 파생하는 이슈들인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인간-로봇 내지는 지구인-Spacer라는 구조에서 그런 부분을 보았다.  천재적인 러시아계 유태인 작가인 아지모프는 사실 비주류 유태인, 즉 시오니즘에 반대하고, 현실을 있는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이에 근간한 세계주의 내지는 과학주의자였기에 '로봇'이라는 큰 테마를 이용한 현실 풍자가 아니었나 싶은 것이다. 

 

'Spacer'의 살인사건을 담당한 지구인 형사 일라이져 베일리는 C-5급의 베테랑.  이 수사를 위해 'Spacer'정부에서 파견된 로봇, R. Daneel과 짝을 이루어 사건을 파헤치면서 인간-로봇 또는 지구인-Spacer의 갈등의 원인이 되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므로 SF이면서도 약간 추리소설의 모티브 역시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아지모프 클라식들 중 하나. 

 

기회가 된다면 꼭 구하여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아직까지 한글판을 쉽게 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amazon.com을 이용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영문판 paperback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렵지 않은 수준의 영어단어와 문장으로 구성되었기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PS: 방금 "The Naked Sun"을 읽다가.  재미있는 fact가 있다.  지구 바깥의 Outer Space는 50개의 나라들이 있다.  미국은 50개의 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지구 = 유럽, Outer Space = 미국, 인간-로봇 관계 = 백인-유색인종에서 가져온 세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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