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언저리 - 식민지 조선을 뒤흔든 기괴한 사건들

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일제 강점시기의 역사는 보통 독립/저항운동사, 압제에 따른 다수의 고통과 희생, 그리고 친일파 이렇게 세 가지의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좌-우,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대략 이 세 가지의 테마를 가지고 옥니박니하는데, 물론 역사란 그렇게 단순한 몇 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역사교육 내지는 기록의 취사선택 과정에서 역시 흔하게 이루어지는 선별이 대중의 편향성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전봉관 교수의 '경성기담'은 그런 면에서 매우 신선하다.  식민지 상태를 살짝 잊고 살아가던 듯한 하루하루의 이 시대 사람들의 삶을 엿볼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 그것도 잠시, 구석구것의 내용을 보면 식민지에서의 삶에 대한 고단함이 보이기도 한다.  또한 전통적인 역사이야기 처럼 민족성의 자각, 봉사, 교육활동, 문화, 친일파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역사 이야기와는 달리 이런 일화들 또한 '기담'속에 녹아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다루는 사건들은 다양한데 이들 중에서도 나의 관심을 끈 이야기는 '백백교 사건'이다.  백백교는 일제 강점기의 다양한 '사교'들 중 하나로써, 동학에 기초를 두고 이런 저런 교리를 짬뽕하여 현세구원을 내세우면 혹세무민 했었던 종교이다.  '사교'의 특성상 교주의 신격화, 교단에로의 재산상납을 통한 현세구원을 지향했었는데, 교단의 비밀을 지키고 편리를 위한 무자비한 살인행각으로 약 400여명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한다.  특히 백백교가 한때나마 힘을 쓰던 이유는 식민지 시대가 곧 끝난고 좋은 세상이 온다는 '설'을 퍼뜨렸음인데, 이 에피소드에서 나는 현대의 다양한 교파와 종교의 초기포교 - 그러니까 신도 수십만을 거느린 대형종파가 되기 전 - 의 몇 계파를 떠올리게 하였다.  상당부분 유사한 과정을 보였고 유사한 교리호도로 교세를 확장했고, 유사한 짓으로 재산을 쌓아올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살인'이나 기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를 한 집단은 도태되었거나 교세가 줄었고, 그런 사건을 '잘' 지나간 패거리들은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리진 건 없는듯. 

이 책은 예전에 읽은 것을 다시 보았는데, 그래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크게 남는 교훈이라던가, 요즘처럼 시끄러운 정국에 무엇인가 대비하여 느끼게 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 시대 역사를 다른 각도에서 또는 다른 부분의 이야기로 들여다 보게하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