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코트 심해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수현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마라코트 심해'에서 묘사된 대로 살고 있지는 않을 것임을 단언할 수 있다.  요컨데, 21세기의 과학과 연구를 근거로 할 때, 이 소설의 내용은 매우 황당한 것으로 일단, 사람은 그렇게 낮은 심해에서는 살인적인 수압 때문에 살 수가 없다는 것인데, 이 소설이 나온 때만해도 수압이나 기압같은 것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였을 것이다.  깊숙한 심해에서 바로 지상으로 끌어올려진 후에도 약간의 코피만 쏟고 잘 살아남는 것으로 나오니, 이는 당연한 것일 터. 

그러나, 이 책은 그런 현대과학을 내려놓고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지어졌음이 보이는 책이다.  마라코트 박사가 주도한 연구팀이 심해탐험을 위해 만든 기구가 본선과의 연결이 끊기는 바람에 해저로 가라앉고 우연히도 그곳에 살고 있던 고대인들의 후손들과 조우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아마도 코난도일의 아틀란티스론을 반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20세기 초 유럽을 휩쓴 강신술, 고대인, 등등의 소위 말하는 metaphysics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던 사람이니까.   

그 밖에 함께 편집하여 엮어진 소설들 '잃어버린 세계'의 단편 후속작과 '하늘의 공포'는 매우 흥미있는 단편들로써, 특히 '하늘의 공포'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다른 단편집에서 본 기억을 그대로 떠올리게 하여 주었다.  대기층에 다른 동물이 살고 있다면 아마도 상당히 끔찍하겠지만, 그렇게 비행기 여행을 많이 했어도 아직은 본적이 없으니까, 없다고 생각하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코난도일의 작품, 혹은 그의 작품배경이 되는 시대의 영국이 좋다.  하나의 이상향처럼, 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이어지는 영국의 젠틀맨의 생활, 단편적인 모습들이긴 하지만 독서하고 사색하면 연국하고 토론하던, 그리고 끊임없이 단련하던 그 시절의 이상적인 모습들이 너두도 좋다.  더구나 현대의 컴퓨터와 인터넷을 여기에 더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최근 본 영국 드라마 셜록처럼 현대인의 삶에 이 시대의 영국 젠틀맨을 삶을 적절히 섞은 형태로 하루를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아무튼, 이 시대의 영국 젠틀맨은 나의 전생들 중 하나였음이 분명한 듯 느껴진다, 점점 더.  전생퇴행이라도 한번 해봐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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