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인 유럽
구현정 글 사진 / 예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언젠가 한국에서 한 동안 유행을 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북카페라는 테마를 가진 찻집이.  홍대를 비롯한 대학가와 삼청동의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끝내주는, 나의 느낌으로는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기 보다는 북카페의 분위기를 즐기는, 약간은 서울적인 허영이 베인 듯 한.  한국에 나갈 기회가 있으면 한번은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수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유행의 버블이 살짝 꺼져가는 듯 하다.  아마도 다시 한국에 가도 지금 유명세를 타고 있는 북카페에 갈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아쉽기도 하면서 무덤덤한 것이... 

구현정의 북카페 인 유럽은 책과 커피를 사랑하는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가 정든 한국을 떠나 정착한 독일의 베를린을 기점으로 하여 유럽 곳곳의, 정확히는 저자가 가본 유럽 곳곳의 북카페의 사진과 방문 당일의 느낌, 커피, 그리고 정보를 모아 한 편씩 써내려간 책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저그런 여행기의 이미지를 더 강하게 느낀 것이 사실이다.  요즘의 사진과 저자의 이런저런 느낌을 적당히 버무려 출판되는 여행기류의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도 그런 부류의 하나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고, 아직까지도 그런 이미지를 완전히 내 속에서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나도 또한 사랑하는 북과 카페를 매우 사랑하는 저자가 쓴 책이기에 구매했던 지라, 참을성을 가지고 꾸준히 읽으면서 저자의 눈이 아닌 말을 빌려 그녀가 방문했던 북카페를 하나씩 투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열리는 눈과 이 부러움 가득함이란!  미국이란 대륙에 살면서 좋은점은 수도 없이 많고, 이미 20년을 넘게 이곳에 산 나로서는 굳이 유럽이 미국보다 살기 좋다는 생각 또는 유럽인들이 미국인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문화적이고 친절하고 깊이 있다는 일부 블로거들의 표현은 그야말로 스너비즘이라 생각하는 나이지만, 나라들이 한 대륙에 촘촘히 붙어 있기에 짧은 동선의 여행으로도 여러 나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유럽거주의 매우 큰 장점인 것 같다.  사실 유럽이 아니면 어디서 그런 것을 쉽게 즐길 수 있겠는가?  고대부터 지난 세기 중반까지의 모든 다툼과 전쟁의 원인이 되었겠지만, 뭐 다른 곳은 안 그런가? 

이 책은 꾸준히 읽는 자에게 저자가 아닌 자기 자신의 투어를 허락할 것이다.  일상에 지쳐서, 그러나 떠날 수 없음이 한스러울때마다 곱게 한 번씩 빼내어 볼 책.  그리고 언젠가 나의 투어에 동행할 책.  끝으로 나에게 미국의 서점투어 및 방문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영감을 준 책.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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