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storian (Hardcover) - A Novel
Kostova, Elizabeth / Little Brown & Co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부끄럽게도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는, 사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수 년전 토요일.  그 날도 난 늘상 하는 대로 서점에서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세일 중인 hardcover에서 그럴 듯한 건 없나 하고 찾다가 무려 $5이라는 가격에 대비하여 매우 두껍고, 좀 있어보이는 책 표지를 보고 이 책을 골라잡았다.  나중에 읽은 것이지만, Elizabeth Kostova의 처녀작인 이 책은 출판되고 한 동안 bestseller에 올랐었고, 판권이 이미 메이저급 영화사에 팔린 나름 수작인 책이었다.   

미시건 대학교에서 문학석사를 받은 저자는 루마니아계인 아버지가 어릴 때면 들려주던 여러가지 전승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만들어냈다.  영어권에서는 나름 선전한 책인데, 한국에서의 판매실적은 상당히 저조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평도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다빈치 코드 계열의 작품이라는 다소 억울한 이미지까지 덮어썼으니, 가뜩이나 한 가지 스타일이 유행하면 마구 쏟아져나오는 조악한 모조품을 많이 경험한 한국의 독자들에겐 좀 별로였을 듯 싶다.  

하지만, 이 책은 다빈치 코드하고는 매우 다르며, 상당히 unique한 맛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를 추적하는 딸의 눈으로 서술되는 스토리는 나를 미국에서 유럽, 또는 중근동으로 1900-2000년대의 시간대를 넘나들게 해주었다.  거의 100년 가량을 커버하는 이 방대한 시공간의 세밀하고 정확한 서술덕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각각 그 시대와 장소가 선명하게 내 앞에 펼쳐지던 당시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사놓고 한 동안 읽지 않다가, 어느날 우연히 펼쳐든 페이지의 한 문장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Dear my unfortunate successor..."로 시작되는 이 한 문장에 정말로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매우 흥미있는 책인데, 한국어 번역에 그 느낌이 잘 전달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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