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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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습관 또는 익숙해짐은 참으로 무서우면서도 탁월한 것이다.  역전 화장실에 처음 들어가면 물과 암모니아, 담배, 그리고 소독약 냄새에 시달리다가 변기에 앉은지 5분이 지나면 별 냄새를 맡지 못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경험을 확대하면 데니소비치의 수용소에서의 하루에 대한 공감이 가능하다.  수형 생활이 8년째인 이반 데니소비치는 이미 수감에 대한 부당함, 죽음의 공포, 국가폭력...이런 것에 대한 저항은 없다.  그는 그저 하루 하루 평안하게, 그리고 가급적이면 적은 양의 일과, 더 많은 양의 식사를 원할 뿐이다.  탈없이 하루를 지나면 다음 날의 걱정은 다가오는 날의 것이고, 편히 잠들면 그만인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의 군대 생활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당장 살아남는 것만이 지상최대의 목표인 이런 생활에서는 이념이나 인권, 또는 기타의 가치관은 모두 사라진다.  그저 먹고 살고 자는 것만이 하루의 목표인 것이다.   

일견 담담해 보이는 이 묘사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혹 이런 장기적인 수형생활을 통해 인간이 인간성을 잃고 무위도식하는 동물처럼 생각하고 의심하는 힘이 모두 사라진, 어쩌면 위정자의 진정한 목적일 수도 있는 이런 시스템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책에서 인용되고 권장되는 책이니만큼 꼭 읽어보길 권한다.  하지만 책이 쉬운 만큼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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