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남 - 에르메스와 사랑에 빠진 전차남 이야기
나카노 히토리 지음, 정유리 옮김 / 서울문화사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한국에 디씨인사이드가 있다면 일본에는 2Ch이 있다. 둘 다 모두 양국 최고의 잉여력을 자랑하는 분들로 가득한 사이트라고 한다. 그런데 2005년 어느 날 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22살의 동정남에 연애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오타쿠 청년의 첫 사랑. 잉여인간들의 막강한 지원아래 진행되는 그의 첫 연애.

이 책은 작가가 없다. 2Ch에 올라온 이야기들의 모음집인 까닭이다. 그런데 예전 90년대 말의 엽기적인 그녀처럼 순식간에 일본 열도를 사로잡았다고 한다. 동명의 만화책, 아니메, 영화, 그리고 TV시리즈까지 완전 대박을 친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하니 세상은 정말 살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인 특유의 집요함과 집중력이 돋보이는 잉여인간들의 지원 덕에 주인공은 마침내 연애에 골인하게 되는데, 책이 나올 초기의 선전이나 유명세에 비해 구성은 상당히 약한 편이다. 영화 등장인물의 사진으로 커버를 하고 나머지는 마치 인터넷 게시판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약간은 무성의하게 느껴지는 content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Presentation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한 내가 너무 기대를 하고 본 탓인지, 영화나 이 책이나 그리 재미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이가 너무 든 탓일 수도 있겠지만, 뭔가 많이 아쉽다. 하지만,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오타쿠의 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누가 게시판에 매일 들락거리면서 남의 연애내지는 망상을 같이 나누겠는가? 책 보다는 게시판에 업데이트되는 즉시 읽으면서 참여를 했더라면, 그리고 나아가서 약간의 잉여력을 자랑하는 사람이었다면 좀더 공감대를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살짝 실망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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