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득히 동서 미스터리 북스 87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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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 책의 원제는 “The Talented Mr. Ripley”로써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Ripley시리즈의 첫 이야기이다. “태양은 가득히”는 이 소설을 영화화한 이름이고, 당시 최고의 미남배우 알랭 들롱이 주연을 맡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영화음악은 들은 적이 있다. 영화 자체는 내가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하기 훨씬 전의 것이라서, 내가 본 영화화된 스토리는 멧 데이먼, 쥬드 로, 귀네스 펠트로우등이 주연으로 나온 the Talented Mr. Ripley이다. 이 책은 영화가 유명해지고나서 기획/번역되어 들어온 것 같고 영화의 제목처럼 이 표지에는 알랭 들롱의 얼굴이 나와 있다.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이 항상 그렇지만, 이 책 역시 쓰여진 시대의 문화를 넘지는 못한다. 예를 들면 톰이 디키 행세를 하는 부분들인데, 일단 쌍둥이가 아니고서야 아무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닮았을 수가 없다. 신분증의 디키 사진을 톰이 제시하면서 디키 행세를 하는 것은 그나마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가능했을 수 있겠지만, 같은 경찰 (로베리오 경감)이 동일 인물을, 로마에서는 디키로 보고, 팔레르모에서는 톰으로 볼 수 있을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1950년대하고도 허술한 이탈리아 하고도 멍청한 경찰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기술적인 문제들을 배제하고 보면, 이 책은 참으로 흥미있게 잘 쓴 책이다. 영화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톰 내면의 생각들이, 어떤 중대한 고비나 행위 이후의, 잘 서술되어 있다. 아주 하잘 것 없는 막장인생의 톰. 그의 범죄는 계획적인 동시에 매우 충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톰의 머리에서 어떤 범죄에 대한 발상이 떠오름과 동시에 마인드 시물레이션을 통한 총체적이고 구체적인 방법과 이미지와 행동이 구성된다는 점에서 계획적이긴 하지만, 이 발상 자체가 어떤 세밀하고 깊은 생각보다는 어떤 일을 발단으로 하여 떠오른다는 것에서 보면 충동적이기 때문이다.

톰이 디키를 죽이기로 생각하고, 구상하고 이미지화하는 것도 그렇고, 프레디를 죽일 때도 역시 그렇고, 머지를 죽이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모두들 그렇게 충동적이면서 계획적이다.

또 하나. 톰은 특이하게도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 매우 간단하게 자기 자신을 정당화 하는데, 이는 피해자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자기 자신을 설득해버리기 때문에, 너무도 쉽다. 심지어는 살인 후,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기까지 하는 톰에게는 정말이지 두손 두발 다 들어야 할 듯싶다.

“그는 프레디를 죽인 일이 얼마나 슬프고 어리석고 솜씨가 없으며, 위험하고 불필요했는가를, 프레디에겐 얼마나 잔혹하고 부당한 짓을 했는가를 절박하게 느낄 수 있었다…그는 프레디를 보면서 비통한 마음으로 낮게 중얼거렸다. ‘프레디 마일즈, 자네는 자네의 비열한 마음에 희생이 된 거야.’”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필요가 생기면 이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치밀한 계획에 따라 톰은 살해대상을 죽인다. 이 버릇은 이후의 리플리 시리즈에서도 계속 나오는데, 같은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이후의 리플리 스토리는 비슷한 전개의 연속이다. 가장 유명한 The Talented Mr. Ripley외에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리라. 다른 영화화된 작품은 John Malokovich주연의 Ripley’s Game이 있는데, 훨씬 나이가 들어버린 리플리의 이탈리아에서의 행각을 다루고 있다.

어쨌든 재미있는 책이기 때문에 예전에 읽었던 영문판을 다시 구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따른 톰의 심리묘사가 너무나도 재미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또한 기회가 되면 예전 영화인 “태양은 가득히” 또한 찾아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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