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이미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편력을 다룬 책인데 전반부는 기자와 작가가 고양이 빌딩 내부를 돌며 진행한 인터뷰 형식으로 짜여져 있고, 나머지는 다치바나의 독서일기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고양이 빌딩이란 다치바나씨가 소장하고 있는 책과 자료의 양이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보관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지은 빌딩인데 정면에 애묘가 답게 고양이 얼굴을 그려 넣은데서 별명이 생겨난 그의 개인 도서관이다.  지금은 자료가 더 늘어 주변의 건물 이곳 저곳을 rent하여 늘어나는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다하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다치바나씨의 "론"에 따르면 독서 (공부에도 해당된다)는 특정한 주제나 대상에 대한 넓고 깊은 "읽기"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의 독서편력은 정말 대단하다.  요즘 유해에 따라 많은 "고수"들이 한국땅에도 출현하고 있고 유행처럼 베스트셀러를 출간하고 열심히 강연활동을 하는 "직업 독서가/강연가"들 또한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행 전부터 책을 읽고 모아온 내가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들의 글 재주에도 불구하고) 많지 않은데, 다치바나씨는 그 몇 안 되는 진정한 고수들 중 한 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책/서가 정리방법, 관심분야, 독서방법 등 여러 이야기를 볼 수 있었는데, 픽션을 읽지 않는 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독서를 어찌 논픽션에만 한정시킬 수 있을까?  물론 "인간이 만들어낸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fact"로 이루어진 책만큼 흥미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은 이해가 가지만 공감하기는 어렵다.  예전에 "시골의사의 투자 운운"하는 유명한 분의 책을 보면서 픽션을 읽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저자의 말이 참 dry하게 들렸었는데, 다치바나씨 같은 고수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참 이상하다. 

또한 대다수의 서평에도 나와 있듯이 일본론에 상당히 기울어진 모습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한국인이듯 그는 일본인이기 때문에 뭐라 하기 어렵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진지한 독서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진지한" 분들이 외면하는 신비학이나 UFO, 임사체험과 같은 분야에도 상당한 관심과 조예가 있다는 것인데, 역시 독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임이 -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 분명하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전혀 모르던 것들도 관심이 생겨 더 찾아보게 되었는데, 

1. 신라를 정벌했다는 일본의 신코황후 - 사실일까?  한국의 온라인 data에서의 reference는 전무한 듯. 

2. 철학이나 전통문화에 대한 이야기들 

3. 로마문화가 신라로 전해졌다는 이야기와 그 흔적 - 맞는 듯.

4. 아포리즘 - 잠언, 경구 등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 

5. 책 - 전쟁중독, 미 국가안전국 NSA, 성혈과 성배, 예수의 혈통, 유다의 사라진 금서, 불가능한 도약, 공간이동 등 - 미국에서는 한국 책 값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아직은 구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한 재미는 없지만, 이 책은 끝까지 계속 읽게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다치바나씨 같은 고수의 독서편력을 유람하는 재미가 쏠쏠해서 그런 것 같다. 

그나저나 일본인들 중에는 이렇게 깊이 파고드는 오타쿠 기질이 강한 사람들이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원복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워낙 제약과 boundary가 많은 사회라서 널리 퍼지지는 못하는 대신 주어진 경계 안에서 깊이 파고 들어가는 국민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x들하고 역사 논쟁을 벌이려면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깊이와 집중 및 집착을 보여주어야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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