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합본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상수 옮김, 배미정 그림 / 신세계북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일본 근대 문학의 선구자로 잘 알려진 나쓰케 소세키의 처녁작인 이 책은 많은 작가들과 문필가들 (특히 일본의)에게 자주 인용되는 매우 유명한 책이다.  예전에 읽은 "그 후"의 작가이기도 한 저자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하도 많이 인용이 되길래 그 동안 궁금해 하다가 결국은 읽고 말았다.  정말로 생각하는데, 너무도 재미있는 묘사로 가득한 이 책은 자주 인용이 될 만하다. 

자기의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의 길 고양이가, 학교선생인 "주인"집에 얹혀 살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고양이의 눈으로 고양이의 입장에서 명치시대를 살아가던 일본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읽는 중간 중간 밑줄을 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명문과 장면으로 가득하다. 

"주인"에 대한 묘사이다.  "그는 성질이 괴팍한 굴 조개처럼 서재에 달라붙은 채 외부 세계를 향하여 입을 연 적이 없다" 라는 말 한 줄이면, 더 이상 이 "주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하루를 살아가는지에 대한 묘사가 필요 없다.  또 한가지 기억에 남는 묘사는, 고양이가 목욕탕을 관찰하면서 말라서 등뼈가 마디마디 튀어나와 있는 사람을 보고는, "그 다음에 앉은 사람은 특색 있는 등을 가지고 있다.  항문으로 대나무를 밀어넣은 것처럼 등뼈 마디마디가 역력히 들어나 보인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다양한 방법으로 관찰한 인간상을 묘사하는 것으로써, 저자는 고양이의 입을 빌려 매우 흥미롭게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하여 장장 500여페이지 이상을 순식간에 읽게 한 후, 다음의 문장으로 마무리를 시작한다.  "한가해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이 역시 자주 인용되는 명문인데, 이로써 그간 익살맞게 묘사해온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사뭇 진진하게 마무리한다. 

"깨달은 것 같아도 도쿠센 군의 발은 역시 땅바닥 아니면 밟지 않는다.  마음만은 편할지 몰라도 메이테이 선생의 그림에 나오는 태평한 세상이 아니다.  간게츠 군은 유리구슬 갈아내기를 집어치우고 시골에서 부인을 데려왔다.  이게 당연한 순서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반드시 지루해질 것이다." 

"도후 군도 이제 10년이 지나면, 무작정 신체시를 지어 아무에게나 바친걸 후회할 것이다.  산페이 군은 물에 사는 사람인지 산에 사는 사람인지 아무래도 판단하기 힘들다.  평생 샴페인이나 대접하면서 등의양양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 싶다.  흙탕물이 묻더라도 못 구르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힘이 있다"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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