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읽은 것들을 정리한다. 일은 끊임없이 해야하는데 사람이란 것이 기계가 아니라서 이렇지 지치는 목요일이 되면 가끔 자잘한 업무만 처리하면서 살짝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걸작 5부작. 4-5권을 내리 마저 읽었다. 가장 임팩트가 강했던 첫 번째 Talented Mr. Ripley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았다. 첫 번째는 알랭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 맷 데이먼의 Talented Mr. Ripley,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의 시리즈로 만들어졌고 두 번째는 좀 엉뚱하게도 존 말코비치가 리플리로 등장했던 Ripley's Game이란 영화로 나온 적이 있다. 사이코패쓰기질이라고 봐야할 리플리의 아무렇지도 않은 살인행각이 처음엔 아주 이상하지만 시리즈를 읽다보면 무척 자연스럽게, 그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처럼 생각되니 이런 것도 전염성이 있구나 싶다. 심리묘사를 따라가다보니 그렇게 되는 건가 싶다.


다양한 책이 번역되는 요즘이지만 아무래도 영미권만큼 익숙하지 않은 것이 유럽, 특히 북유럽작가들 같다. 몇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봐도 그런 느낌을 받는데 생각해보면 노르웨이 작가의 책은 진짜 처음 보는 것 같다. 노르웨이 하면 그저 어릴 때 읽은 아문센이나 난센 같은 탐험가들의 전기나 피오르드, 극지방의 오로라 같은 단편적인 이미지들만 떠오를 뿐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해서 서술하고 또 반복한다. 그 와중에 엄청난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데 나도 모르게 글을 빨리 읽으면서 그 속도감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기승전결만 보면 이런 저런 innuendo가 있는 것 같은데 과거의 동성애적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절친했던 둘만 아는 어떤 비밀스러운 행위나 다른 사건 - 주로는 성적인 innuendo로 - 을 끝까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이야기는 계속 숨가쁘게 서술된다. 북쪽 끝 어딘가 한적한 동네에서 어제도 오늘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그러나 Youtube에서 보여지는 그런 삶의 낭만은 전적으로 배제된 모습이 막막하다. 끝없이 밤이 이어지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200kg의 근육질과 50kg의 말라깽이가 같은 글러브를 끼고 같은 링에서 똑같이 10 카운트 룰로 복싱대결을 한다고 하면 이걸 공정한 룰에 의한 공정한 대결이라고 말할 정신나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50kg가 두들겨 맞고 끝나버릴 일방적인 결과를 보면서 자유경쟁에 따른 공정한 결과라고 말할 미친 인간은 없을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시스템에서는 이걸 갖고 자유로운 경쟁, 시장자유화 등 다양한 말로 공정함을 피력하는 것 같다. 더구나 시장논리에서는 룰 마저도 200kg짜리에 훨씬 유리하게 되어 있고 언제든지 그가 원하는 대로 룰과 심판을 bend하고 있음에도 그렇게 시장만능을 외치는 건 결국 절대부자, 절대강자들이 '자유경쟁'이 얼마나 자기들한테 유리한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 


미국도 엉망이고 이보다 더 엉망인 한국에서는 결국 대자본일수록, 정치, 검찰과 가까울 수록 처벌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고는 있으나 해결책은 요원하고 기본적으로 읽을수록 법은 왜 지키며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니 이 status quo를 무너뜨리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국제급의 대재앙이나 대전쟁 밖에 없을 것 같다. 



지난 주 목요일 난생 처음 북경오리를 먹어봤다. 지인이 잘 아는 곳에 각자 와인 한 병씩을 들고 갔고 한 명은 무려 수정방을 들고 왔던 엄청난 술자리였다. 백주 또한 처음 마셔봤는데 고급한 술이라서 그런지 와인과 섞어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마신 다음 날 오후에 어디를 다녀오느라 여섯 시간이 넘는 왕복운전까지 했다는 사실. 


술집도 좋고 음식과 함께 가져간 술을 마시는 술자리도 좋다. 집에서 마시는 술은 요즘은 조금 재미가 떨어지는데 이것도 안 하다 보면 또 그리워져서 일부러 사람을 만나는 약속을 없애고 주말에 혼술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이번 주, 다음 주, 그리고 7월 4일 주간 이렇게 거의 매주 술자리가 예정되어 있으니 걱정과 즐거움이 반반이다. 어느덧 사회관계가 조금 생겨서 한 동안 안 보면 또 만날 자리를 만들게 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금년까지는 그렇게 지나가고 몇몇 멤버들의 귀임과 함께 따로 만나는 자리를 fold하여 3-4인으로 줄어든 채 현지에 남은 사람들끼리 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아직은 신발, 마음, 기억을 놓고 나오는 술집은 없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미친 듯이 마셔도 되는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주말에 읽은 세 권 더. 


한국의 법정에서 검사는 자기의 사건을 beyond the reasonable doubt수준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국정원의 문건이, 그것도 2급비밀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조사가 된 건이 있고, 다양한 경로로 검찰이 시도한 사건조작정황이 나왔다면 그것이 어떻게 beyond the reasonable doubt수준에 도달했다고 판결할 수 있나. 국정원문건은 아무 설명이나 근거가 없이 못 믿을 문건이고 김성태의 증언은 건실한 기업인이라서 믿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으로 뭉개는 판사의 꼴이란. 신모씨 당신 그 죗갚은 치루고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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