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지 딱 일주일. 아직도 시차가 남은 탓에 초저녁 즈음해서 졸음이 오다가 밤이 되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 잘 잡긴 했는데 워낙 그 전에 두 번을 연달에 덴버에 다녀오면서 시차를 겪은 후의 여행이었던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목요일에 일찍 퇴근하면서 일꺼리를 몇 개 들고 들어와 다음 날은 집에서 일하면서 푹 쉬었고 이번 주말까지는 가급적 일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내려고 한다. 


운동은 돌아온 다음 날부터 어제까지 6일을 연속으로 해주는 것으로 페이스를 높였고 마지막 이틀은 확실히 운동이 다시 잘 먹어들어가기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회복을 한 것으로 본다. 오늘은 근육을 쉬어주고 내일은 오전에 달린 후 힘이 되면 weight를 치고 아니면 월요일부터 다시 할 생각이다.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수트가 어울리는 좋은 몸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데 술을 끊을 경우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나 술을 마시지 않은 맨정신으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 버겁다. 그러니 운동을 늘리고 술과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끝없는 자기복제와 기억의 업로딩을 통해 다시 죽기 전의 순간으로 되돌아온 존재는 과연 그 첫 번째 죽음 이전의 존재와 같은 존재인가. 미키7은 이를테면 그런 과정을 통해 7번째 다시 만들어진 미키라는 사람이다. 모종의 일을 피하려고 무한복제가 보장되는 대신 항성간 우주비행에서 죽음이 확실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실험에 사용되는 임무를 맡아야 하는 보직(?)으로 여러 차례 죽고 다시 만들어진 존재이다. 어차피 자신은 하나라서 한번에 둘의 미키가 만들어지는 건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니 자신은 기억이 업로드된 그대로에 따라 자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기실 자신을 미키로 만들어주는 건 미키를 기억하는 동료들이 아닐까.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소설도 아니고 굳이 어떤 해답을 주려고 하는 것도 아닌 그냥 재미있는 SF소설로 보았다만 과연 복제된 몸과 업로드된 기억을 합치는 것으로 지금의 나 이후의 다른 내가 지금 나와 같은 존재일까. 영혼의 유무나 정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번역가의 이야기는 즐겁게 읽었고 그 와중에 또 구하고 싶은 책들을 추려냈으나 '쓰는 직업'은 읽다가 좀처럼 공감하지 못하고 진전이 없었으며 아마 아주 오랜 시간 다시 꺼내볼 생각이 들지 않을 책이다. 어떤 직업이나 직장이 누군가를 define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시대의 한국에서는 아마도 어느 회사에서 일하는 어떤 직업의 사람은 음으로 양으로 그 조직의 일원으로써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 받게 마련이다. 사실 괜히 샀다고 후회하고 있을만큼 별로다.


한 가족이, 집안이 결딴나는 꼴을 촛불로 탄생시킨 21세기의 민주정부 하에서 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같은 잣대의 반의 반만이라도 대면 작살날 인간들이 수두룩한 세상에서 절대권력과도 같이 어떤 일에도 처벌받지 않고 권력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전관예우를 누리는 집단을 수술하려 총대를 맨 사람의 딸이란 이유로 가족이란 것으로 이들이 겪고 있는 고초를 생각하면서 그 의연한 태도와 자세, 삶의 의지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할 수록 화가 나고 뚜껑이 열리는 일이라서 정말이지 이런 일을 벌인 사람들, 엄청난 의혹에도 불구하고 문제없이 미국유수 명문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을 그들의 자식들까지 꼭 하늘의 엄정한 justice가 찾아가길 바랄 뿐이다. Dr. Cho 의 행복한 삶을 기원하며 may the wrath of justice find them all. 



이순신장군에 대한 소설도 역사책도 넘치는 세상에 또 한 권의 책이 보태졌다만 새로운 구성과 서술이라서 전혀 식상함이 없다. 이순신의 위대함도, 인간적인 면모도 모두 다루면서 무척 balance된 관점에서의 설명이 매우 신선하다. 그의 위대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써 강조되는 한미함이 잘 따져보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는 취지의 비교설명이 무척 설득력이 있다. '바다'를 테제로 잡고 이순신의 왜란의 대비와 당시의 활약에 대한 구도를 잡는 것도 상당히 새롭다. 황현필선생의 채널을 즐겨 보고 듣는 바 열정적인 그의 강의가 그대로 글로 옮겨진 듯 지사의 비분강개함이 묻어나고 있음이다. 보수에서 극우를 넘어 매국으로 치닫는 현 정권의 무능함에 나같은 보수도 화가 나니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진짜 보수라고 할 수 있을까. 장군께서 부활하여 저 악당의 무리들을 그야말로 '일휘소탕 혐염산하'하셨으면 좋겠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최근 계속 구해서 읽는 추리소설작가다. 나름 알려진 유명작, 유명작가를 섭렵하고 일본추리의 태동기의 소설들부터 황금기의 이야기들까지 구할 수 있는 건 다 구해 읽은 끝에 잠시 추리소설읽기를 멈추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열심히 읽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소설의 경우 그 리얼함에 무척 피곤하고 힘든 독서가 되는 경우도 있어 요즘 미야베 미유키작가의 작품은 에도시대물을 주로 보고 있을 정도인데, 이 작가의 작품에는 그런 피로도가 높은 사실적인 묘사나 갈등이 적은 편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단편 각각 상당한 수준의 기승전결과 반전을 보여주고 있으니 마치 소품집과도 같은 단편집의 수준이 아니라서 더욱 좋다. 

















작가의 경험이 짙게 녹아든 스타일인 듯 먼저 읽은 '~편의점' 시리즈와 '~고래들'의 등장인물이나 모티브가 overlap된다. 페로몬 120%의 편의점사장이라니 얼마나 기괴하고도 유쾌한 발상인가. 마음이 편해지는 작품 1-2권, 그보다 더 묵직한 울림과 생각할 것을 던져주는 한 권. 


이제 열심히 일하자. 2021-22에 이어 2023년의 성장을 잘 갈무리하여 내년을 살아갈 힘으로 돌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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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30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뭔가 있어 보이긴한데 이제 술은 반주로 한 잔도 안 좋다더군요.
그냥 책을 술 삼아 보시길..ㅋ
마지막 세 권은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23-10-31 06:21   좋아요 1 | URL
술은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 어제 마셨다는 사실에 자책을 하면서 제목으로 썼어요. ㅎㅎ
몸에 좋다는 와인의 양이 글쎄 글라스 밑바닥에 살짝 깔린 정도라고 하니 French Paradox도 많이 과장되어 알려진 이야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