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이유로 큰 건 두 가지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 프린터 토너의 불량으로 급히 새로운 걸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종이와 함께 넉넉하게 미리 주문해서 사용하는데 이번엔 새 박스를 열었더니 모두 불량품이었던 것. 덕분에 출력된 문서가 지저분하여 아주 급한 건이 아니면 일단 준비만 해서 급하게 주문한 토너가 도착하면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 두 번째는 아주 급하게 처리를 부탁한 케이스 - 기존 클라이언트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수임하지 않았을 - 인데 이 사람은 이미 지난 주를 허비했고 화요일인 오늘까지도 자료와 정보를 넘겨주지 않고 있다. 오늘까지 기다려보고 오후에 연락해서 독촉할 예정인데 토너가 올 때까지는 자료준비가 불가능하니 어쩔 수가 없긴 하다. 사실 급하게 처리할 케이스가 한 건, 준비과정에서 일정이 늦어져서 내가 좀 급하게 생각하는 케이스가 한 건 이렇게 두 건이 아니었더라면 다음 주의 July 4th 를 미리 즐길 수도 있었을텐데.
지금까지 나온 김탁환의 책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뱅크'와 '압록강'은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고 있지만 구할 수 있는 건 다 갖고 있다. 한동한 뜸했지만 지난 번의 주문에 마침 품절된 상품이 다시 있길래 그간 밀린 이야기들을 다 구했다. 세 권을 연달아 읽으면서 보니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작가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의 사관, 사회관, 인생관, 거기에 치열한 한 시절의 고민까지 모두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인 듯하여 더욱 작품속에 녹아든 그의 POV에 공감하게 된다. 번드르르한 말과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유명저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참으로 귀한 문인이 아닌가 싶다. 섬진가에 가보고 싶다. 폐교를 사들여 책과 미디어를 쟁여놓은 archive로 만들고 운동하고 수행하는 삶은 어떨까 잠시 상상해본다.
역시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김언호선생이 탐방하고 사유를 나눈 고수들의 서재여행. 읽으면 읽을수록 구하고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는 책과 책, 세상과 세상이 연결되는 경험을 모처럼 깊은 수준으로 할 수 있었다. 책과 글은 그 자체가 지식이고 지혜이면서 상상의 지평을 넓혀주는 매개체가 되어왔음을 보았고 이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자들은 책과 글 그리고 이를 쓰고 만드는 사람들을 탄압했던 것이다.
책과 글에 대한 탄압이 다시 살아낸 요즘 과거 군사독재시절엔 군인들이 하던 짓을 검사들이 하고 있으니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배운 놈들이 더한다고 법을 찢고 발겨서 짜맞춰 교묘하게 이용하는 이 법비들의 세상은 언제 끝이 날까.
일찍 점심운동을 하러 나가야겠다. 어차피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