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를 썩던 일이 조금 해결된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 시행령이 바뀌고 형식이 보완되는 가운데 관련기관의 말단에서 기초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실수로 추정되는 일로 2-3주에 한번씩 같은 건을 다시 접수했고 반복된 rejection에 짜증이 난 끝에 고객들을 설득하여 조금 더 옵션을 추가하여 다른 관할지역의 기관으로 보낸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켈리에서 사는 입장에서 보면 텍사스는 여러 가지로 이상한 곳인데 이런 일을 겪다 보면 역시나 하는 편견 가득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말세가 오면 가짜가 판친다는 이야기는 성서를 비롯한 여러 종교의 경전에서 나온다. 가짜 예수, 그릇된 예언자, 거짓 스승 등으로 통칭되는 이들인데 단지 종교계의 개판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교회를 세습하고 돈을 밝히고 축첩을 하고 탱화를 팔아먹는 xx들 뿐만 아니라 가짜 선생들도 넘쳐나는 세상이다. 석사논문을 표절한 모씨는 그때보다도 더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평생의 성공이 성공학 책을 쓰고 팔아먹은 걸 계속 repeat해서 팔아먹는 모씨도 그가 사랑해마지않는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을 위한, 기득권의 정부를 만나서 잘 살고 있다. 사실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어중간한 지점엔 이런 자들이 득실거리고 있을테니 그야말로 가짜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여기에 사실을 조작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비대칭과 불균형의 시대라는 것까지 떠올리면 그저 머리가 아파올 뿐이다. 


이런 세상일수록 자기 머리로 파악하고 판단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할 것이니 즐거움과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 외에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넘친다. 책을 읽고 자기발로 뛰고 눈으로 둘러보고 귀로 들어보고 코로 냄새를 맡아보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단순한 재미를 주기도 했고, 한 시대를 엿볼 수 있는 것도 있었고, 100년도 더 넘은 옛날에 지금의 사회를 정확하게 그려낸 SF도 있었다. 읽으면 늘 묵직한 울림을 주는 미야모토 테루의 신작도 좋았고 두 번째 읽은 '그래도 우리의 나날'도 다시 읽으니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하나라도 빼놓기 아까운 이들을 읽으면서 또다시 한 달을 버텨내온 것이다. 


너무 책이 안 읽어져서 심지어 월 열 권도 채 못 읽는 달도 있었지만 그래도 창업 이래 가장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2023년도 책 없이 지나가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다. 


다시 힘내서 열심히 일하고 보다 더 계획잡힌 하루를 보낼 힘을 얻는 것도 결국은 책을 읽는 덕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예전에 전작하던 김탁환 작가의 책들 중 미처 구하지 못한 것들을 왕창 사들여 한꺼번에 펼친 덕분에 우연히 마음의 평화를 얻고 한동안 멀리했던 지속이 가능한 slow life에 대한 관심도 다시 갖게 되었다. 어떤 형태로든 내 말년의 사반세기는 평온하고 평화롭게, 여행이 아니라면 매일의 루틴에 따라 충실하게 수행하듯 살아갈 것이다. 


가능하면 그곳이 하와이가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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