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를 하던 시절에 그리고 몇 년전 잠깐 합기도를 배우러 다닐 때까지도 꽤 유연했던 몸이 이젠 많이 굳어진 걸 느낀다. 그럴수록 더 스트레칭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현실은 게으름 탓에 종종 이를 skip하거나 아주 잠깐 warming up으로 하는 수준이다. 많이 개선해야 하는 점이다. 커리어가 매우 길었던 선수들은 자기관리와 부상을 덜 당하는 운도 작용했지만 특히 시합/운동 전후의 길고 세심한 스트레칭으로 유명하단 이야길 어디선가 봤다. 내 경험에 의하면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말이다. 스트레칭을 잘 하고 몸디 잘 풀린 날의 운동과 그렇지 못한 날의 운동은 그 질과 양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일단 몸이 매우 가볍고 운동에 있어 힘이 덜 들어간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이다. 내일부터는 조금씩 노력해서 평일의 새벽운동을 재개하려고 하는데 추운 계절의 새벽이라서 스트레칭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무너진 새벽운동이라는 좋은 습관을 다시 회복하여 2022년으로 넘어가는 것이 12월의 목표가 되고 이후 달리기를 다시 해서 당시 좋았던 전체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제 정말 평균수명에 비춰보면 반생에 왔으니 남은 반을 잘 지내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수가 아니겠는가.


신진작가들 중에서도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꾸준히 나오는 것이 부러운 일본의 소설시장이다. 단편과 중편이 주를 이루는 한국의 고질적인 편향성 내지는 문제는 고급하게 취급되는 '문학'계를 넘어 소설계 전체의 이슈라고 보는 편이라서 이런 점이 너무도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아무리 K 컨텐츠가 세계를 정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아케치'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누군가가 있어 주인공이거나 주요인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죽는데 하필이면 그 사유가 화생방무기에 의한 좀비화라는 SF적인 요소를 넣은 점도 신선했고 서술방식을 통해 사람을 숨기는 방법도 나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현대소설에서 추리는 여전히 약한 장르 같다. SF의 경우 좋은 작가들이 많이 나와주고 있고 (여전히 장편의 부재 혹은 부족함이 아쉽지만), 소설/문학에서 좋은 활약을 해온 작가들이 건재하지만 추리의 경우 지난 번에 너무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을 읽은 탓인지 그런 생각이 든다. 








중국무술의 신비화나 고류무술에 대한 환상은 이미 MMA의 유행으로 사라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중국무술만화는 즐겁다. 어릴 때 해적판 '권아'로 읽었던 것 같은데 애장판으로 만나게 된 이 만화는 할아버지에게 팔극권을 배운 주인공이 중국으로 떠난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다양한 권사들과 교류하고 화교의 유니온에 들어가면서 팔극권의 배사제자가 되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화의 바탕이 된 이야기는 마츠다 류우치의 무술편력에서 나온 걸로 들었는데, 이 마츠다 류우치는 실제로 중국무술을 하는 사람이고 한국에 들여온 이런 저런 무술책에 사진이 많이 실려 있는 사람이다. 내가 갖고 있는 지당권에 관한 책에도 이 사람이 시연한 사진을 사용했으며 투로=실전으로 생각하던 때 나온 많은 권법책도 그의 시연을 사용한 것으로 기억한다. 


단련법으로써의 투로를 마치 그 투로를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건 컨셉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일 것이다. 더구나 투로의 해석을 정확하게 받지 못한 채 단순히 겉모습만 따라한다면 아무리 표현이 좋다고 해도 그 무술은 죽은 무술인 것이다. 실제로 가라테에서는 분카이라고 해서 카타 (형)를 풀어주는 과정이 있고 이는 형을 연습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세 권이 더 나오면 완결이라고 하니 내년 중반까지는 한 시리즈가 모두 끝날 것이다.


메뉴얼과 형식에 얽혀 아무것도 못하는 건 아무래도 일본의 공무원이나 회사원, 혹은 사회의 어떤 형식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될 만큼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펼쳐내는 작가가 있으니 내 개인적인 평가로는 서리얼리즘의 왕 같은 사람이 이토 준지이다. 단편도 장편도 끝내주게 그려내는 그의 그림체도 그렇지만 이야기의 소재는 정말 견줄 작가가 없을만큼 독창적이고 실재적이다. 같은 테마로 다른 작가들이 엮은 옴니버스 형식의 산괴담에서도 이토 준지의 근접하는 작품은 없었으니 '센서'를 끝으로 새로운 작품을 읽으려면 또다시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불만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허구와 기담, 그리고 현실을 토대로 펼쳐내는 이번의 기담 또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늘 그 뇌가 궁금해지는 작가.



간만에 시리즈 몇 권을 구했다. 많이 쟁여놓고 보면 좀 지겨운 면이 있을만큼 너무도 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제 반 정도 왔으니 언젠가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요리와 삶을 그려가고 있다.




그러게나.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 대형서점도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 책을 읽는 인구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옛날에는 서점으로 시작해서 건물을 올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아마 90년대 후반을 마지막으로 해서 소형서점이 대형서점으로 흡수/통합되고 이들이 다시 대형회사로 흡수/통합되었고 이후 온라인시장의 활성화로 인해 상당한 숫자의 유수 서점들이 폐업을 했음에도 서점은 계속 새로 생기고 있다. 나같은 사람에겐 고맙기 그지 없지만 살아남기 위한 특성화를 지향한 끝에 서점이란 곳이 점점 보편성보다는 unique함을 통한 차별화가 강해서 아무 서점이나 다 즐거운 시간과 책을 보장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 어떤 마음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책을 읽은 사람이 있다면 서점도 있어야 하고 온라인의 편리성도 좋지만 책을 직접 만지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지는 날은 상상하기도 싫은 마음이다. 


지난 주의 자유시간(?)을 과하게 즐긴 듯한 후회가 남는 주말이다. 내일은 새롭게 한 주간이 시작될 것이니까 다시 리셋하고 열심히 살아보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12-06 1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transient-guest님만큼 꾸준히 운동하시고 책보시고 글쓰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인데 항상 글들 눈팅하면서 대단하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transient-guest 2021-12-06 14:13   좋아요 0 | URL
책읽기는 취미의 성격도 강하고 재미있어서 더욱 노력하고 있어요. 운동은 잘 잡힌 습관이 되어서 다행인데 한때 정말 몸이 안 좋기도 했었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년에 건강을 챙긴다고 갑자기 운동을 하다가 다치기도 하고 센 운동은 젊을 때 미리 몸을 만들어 놓아야 늙어서도 할 수 있다고 하니까 힘들어도 꾸준함을 유지하려는 마인드가 강합니다.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