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제목을 짓지 못하고 글을 쓰는 것 같다. 억지로 쥐어짜도 글에 맞는 제목이 나오질 않기에 이젠 그냥 편의상 날짜를 달기로 했다.


편의상 이곳의 수많은 유수은행 대신 매우 작은 규모의 한국계 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다. 워낙 작은 규모와 수준이 떨어지는 설비투자와 매우 한국적인 마인드의 인력투자로 불편한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한국계 금융자본이 더 커지고 업체도 많이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그런 마인드 자체가 어쩌면 매우 과거지향적이고 국수적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야 워낙 여러 면에서 한국계의 파워가 별로였지만 지금은 한국이란 나라의 위상과 네임밸류도 그렇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경우 여러 모로 바로 주류사회에 편입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높은 교육수준과 경제력을 갖고 있기에 과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우리끼리', '우리 것'을 고집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당연히 말이 통하고 비슷하게 생기고 같은 모국의 공유하는 바, 일만 잘한다면 기왕이면 한국업체와 거래하는 것이 좋겠지만 문제는 종종 은행이나 전문가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 


최근까지 오래 거래하던 business계좌가 있는 한국계 은행을 점차 정리하고 연말까지는 현재 개인계좌가 있는 미국의 메이저은행으로 옮길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된 일을 오늘 경험하니 그간 몇 번  불쾌하거나 불편했던 점들이 쌓여 임계점을 넘은 것 같다. 아마 COVID-19 인해 전체적으로 둔화된 회사의 영업실적과 이에 따라 tight하게 가계를 꾸리면서 결국 잔고액수가 전체적으로 떨어진 것이 이렇게 바로 그들의 attitude로 나타난 것 같아 씁쓸하고 기분이 나쁘다. 기실 지금 은행에 빚을 진 것도 없고 매년 일정 수준의 거래량을 유지해왔는데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물론 지금의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내가 괜히 오해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분명한 건 complaint이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해 complaint을 하거나 문의를 할 때 그런 식으로 attitude을 주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쪼그라든 내 마음도 문제가 아주 많이 있지만 최소한 professionally engage할 수 있는 수준은 지켜야 함이다. 나 또한 내 고객에게 항상 듣는 자세를 유지하고 아무리 고객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에라도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된다면 사소한 오해가 쌓이기 전에 인간적으로 관계를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사과할 일이나 양해를 구할 것이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는 것이 내 철칙이다. 


한국계 은행과 거래를 하면서 이 좁은 곳에서 늘 이런 저런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늘 찜찜했었는데 오늘 일은 또 얼마나 뒤로 회자될 것인가. 손절하고 나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라서 오늘 이후론 특별히 이걸 갖고 속상해하지는 않겠지만 오늘은 내내 기분이 그럴 것 같다.


한국사람, 아니 세계의 거의 모두가 되고 싶어하지만 종종은 금기시되는 단어 '부자'. 큰 부자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살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삶을 살 수는 있다고 믿는 나 또한 지난 2016년부터 조금씩 투자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pre-tax로 절세혜택이 좋은 401k와 특정한 수준의 순수연수입을 기준으로 적용이 가능한 세후 투자 (그 대신 이익금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인 Roth IRA, 거기에 특정보험조건이면 가입될 수 있는 Health Savings Account (역시 절세혜택이 있고 특히 이 명목으로 모은 금액과 이를 투자해서 나온 이익금은 의료목적으로 쓸 경우 모두 tax free)까지가 기본적인 것들이었고 이들을 만들면서 별도로 저축을 해오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긴 하다만, 요즘장기적인 투자를 위해 조금씩 별도의 주직계좌를 운용하기 시작하고 보니 너무 저축에 자금을 묶어둔 것 같다는 후회가 있다. 집값이 떡상해버린 (최저점에서 최고점까지 4배) 이곳의 환경에서 집을 사겠다고 묶어둔 건데 얼른 조금이라도 조정이 올 때 작은 콘도라도 사야지 싶다. 남은 건 모두 분할해서 long-term으로 invest할 수 있을테니까.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virtue인 환경에서 자랐고 투자라고 해도 기껏해야 부동산이 전부로 인식되던 세대가 부모님이라서 딱 그만큼만 알고 자라왔다. '주식은 위험해'라는 생각은 결국 주식을 투기로 대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이고 장기투자를 할 경우 거의 무조건 이익을 보게 되어 있는 것이 현대의 금융시스템이란 걸 요즘 실감하면서 이 책을 읽으니 아무것도 모를 때 주식책을 보는 것보다 쏙쏙 들어온다. 


다만 주식/이른 투자, 그리고 현재 한국의 사교육시장의 과열에 대한 비판 등 일견 맞는 말이 많지만 자본주의, 특히 현재 사회구조에서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 또 개인의 배경에 따라 그럴 수 밖에 없는 염세적인 자세나 안정을 위한 도모에 대해서는 이해가 좀 부족한 것 같다. 설파하고자 하는 건 알겠지만 이 나이가 들어서 보니 자신의 성공과 이에 기반한 확고한 철학이 있는 사람일수록 단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생각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 한국의 재벌/기업의 지배구조에 따른 주식/자금시장의 악순환은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 젊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지금의 사회를 만든 주범이라는 생각이 거의 없는 듯 치부되는 건 인식의 차이를 넘어서 그가 전혀 보고 있지 못한 거시적인 한국사회의 배경이 아일까. 


이번 해에는 좀더 모든 걸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다달이 spending에 대한 회사의 차트를 만들고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자산에 대한 (*별볼일 없는) 차트를 만들어서 꾸준히 갱신하고 있다. 알수록 보이고 볼수록 알게 된다고 이제 내가 일년에 꼭 벌어들여야 하는 수준의 실적과 그 이후의 실적을 어떻게 운용할 수 있는지 빠삭해지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투자는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일찍 시작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것. 워낙 늦게 시작했지만 내가 얼마나 살지 모르니, 그리고 언제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면 된다는 주의라서 뭔가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 본성을 살려 그렇게 조금씩 주식도 수집해나갈 계획이다.



책의 표지가 나온 data가 없다. 이것으로 The Saxon Tales 또는 The Saxon Chronicles로 알려진 버나드 콘웰의 길고 긴 시리즈가 끝났다. 넷플릭스에 시즌 4까지 나온 멋진 드라마의 원작. 주인공 우트레드는 다시 한번 잉글랜드 (당시 말로는 잉글라라랜드)를 위해 최후의 전투를 향해 간다. 당시 보통사람이나 전사들의 생존율이 무척 낮았던 걸 생각하면 그간 엄청난 부상을 입고 수많은 전투를 치뤄낸 우트레드가 노년에도 괄괄하게 전사로서의 능력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역사소설의 묘미가 대단했던 한 시리즈가 이렇게 끝났다. 









여전히 111+를 향해 조금씩 맛있게 나아가고 있다. 여전히 거품호황시대의 모습이 보이는 극단적인 미식의 추구. 한창 맛칼럼니스트와 pseudo 전문가들이 유행하던 시절 이 만화를 비롯한 많은 요리만화들이 마치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지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은 그저 재미와 시대비평의 시전으로 보는 것 같다.


둘 다 매우 특이했고 '내 플란넬 속옷'은 두 번째 읽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메타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충은 알겠는데 뿌연 것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고도에서'는 스티븐 킹의 짧은 이야기인데 작은 타운에서 특별한 커플이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그 편견을 깨는 건 결국 사람들간의 연대와 익숙해짐, 받아들임이라는 걸 생각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중력을 벗어나기 시작한 사람이 마지막을 향해 걸어가면서 남기는 legacy가 있었지만. 이처럼 좋은 이야기와 재미를 잘 섞는 작가들이 적지는 않지만 스티븐 킹은 단연코 우리 시대의 최고에 속하는 것 같다. 


오전에 업무를 마치고 늘 up-and-down이 심한 요즘 내 모습이 꼴같지 않게 이런 속상한 일을 일으킨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글을 쓰면서 그렇게 세상 유일하게 내가 익명으로 글을 남길 수 있고 남겨도 불편하지 않은 이곳에 하소연을 하니 흥분과 울분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는 신설계좌를 만들고 옮기는 작업을 본격화하기는 할 것이다. 가뜩이나 해외송금을 받는 것에서 늘 이상한 비용이 발생하고 계좌이체가 일본스럽게 아날로그였던 것이 불편했고 그 이상 자잘한 불편이 많았는데 그걸 감수할 이유를 이젠 모르겠기 때문에. 


아~ 참 소심하고 좁은 마음의 사람이라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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